“영광산 메주콩으로 영광손맛을 담가요”
“영광산 메주콩으로 영광손맛을 담가요”
  • 영광21
  • 승인 2014.08.0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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⑭ 대마면 김이훈·김옥춘씨 부부

“아이고, 너희들도 덥지야. 사람들도 이렇게 더운디 동물들은 오죽하것어.”
개도 혀를 늘어뜨리고 헉헉거릴 정도로 뜨거운 삼복더위에 오분임(79) 어르신이 마당 앞 진돗개들에게 짠한 위로의 말을 건넨다.

마당 한쪽을 가득채운 항아리들은 불볕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반짝거린다.
오분임 어르신의 손맛을 담은 전통 된장과 고추장, 간장 등을 판매하는 대마면 성산리 평금마을에 위치한 <옥두농장>. 오분임 어르신의 둘째 딸 김옥춘(55)씨는 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살려 된장 등 전통장류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엄마가 반대하지만 않았다면 진작 귀농해서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을텐데 우리 엄마 때문에 조금 늦게 고향으로 돌아왔죠. 그치~ 엄마?”

귀농을 극구 반대했던 친정엄마
오분임 어르신의 둘째 사위 김이훈(68)씨와 딸 옥춘씨는 4년 전 어릴적 태어나고 자란 곳이자 노모가 살고 있는 대마면으로 이사왔다.
20대에 고향을 떠나 인천, 온양 등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하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옥춘씨가 귀농을 계획한 것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편 김 씨는 오공본드에서 직원으로 일했고 옥춘씨는 목욕탕에서 장사를 하며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부족할 것 없이 살던 옥춘씨가 귀농을 결심한 것은 친정엄마의 된장 맛 때문이었다.
옥춘씨는 “엄마가 된장을 만들어 보내주시곤 했는데 주변 사람들과 나눠 먹으면 다들 맛있다고 돈을 주고 살테니 팔라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장류사업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라고 말한다.

덜 짜지만 깊은 된장 맛 ‘일품’
그런데 완벽했던 계획에 큰 장애물이 등장했다. 바로 귀농을 결심하게 할 정도로 맛있는 된장을 담그던 오분임 어르신이 크게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시골생활의 고생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오 어르신은 딸의 고생을 말리고 싶었다고. 그렇지만 지금은 둘째 딸과 함께 살아 더욱 든든하다.

옥춘씨는 “우리집 된장은 조금 덜 짜지만 깊은 맛을 자랑하는데 특별 비결이 있다”며 “된장이나 고추장에 쓰는 콩과 고추는 영광에서 생산된 것만 사용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고추와 메주콩중 일부는 이들 부부가 직접 재배해 사용한다고.
장류는 숙성기간이 길다보니 수익을 창출하는데에도 시간이 걸려 오디와 대파, 고추 등을 심어 부수입을 얻고 있는 부부에게 정 많은 평금마을 동네사람들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올해 양파의 첫 수확을 거두기도 했다는 부부는 “비료를 듬뿍 줘야 하는데 많이 주면 죽을까봐 조금씩만 줬더니 크기가 너무 적어 양파즙을 내서 팔았다”며 “내년에는 양파를 못 심을 것 같아요”라고 웃는다.
남편 김씨는 “올해에는 오디를 처음으로 수확해 도시의 지인들에게 판매했는데 워낙 인기가 많아서 주변 다른 농가에서 사다가 보내줬을 정도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우리동네 아짐들이 많이 도와준 덕분이죠”라고 웃는 부부의 마음씨도 그들이 만들어 내는 깊은 장맛과 닮아있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