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길 따라 주렁주렁 달린 감이 손짓하는 쉼터”
“돌담길 따라 주렁주렁 달린 감이 손짓하는 쉼터”
  • 영광21
  • 승인 2014.09.0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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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동경로당 <백수읍>

백수해안도로 진입로 초입에 자리한 백수읍 대전1리 묘동경로당(회장 정희섭 사진).
산봉우리가 모여 커다란 산체를 형성해 등산코스로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는 구수산 산세를 품고 고즈넉이 자리한 묘동마을에 들어서자 마음이 먼저 포근해진다.
이곳 묘동경로당은 2002년 영광군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마을주민과 향우들의 협조로 건립돼 마을앞 시정과 함께 어르신들의 오고가는 편안한 쉼터가 되고 있다.

정희섭 회장은 “여름철에는 논과 밭을 오가느라 마을앞 시정에서 더 많이 쉬고 있다”며 “예전에 비해 주민수는 줄었지만 부부가 같이 생활하는 세대가 많아 서로 도와가며 지내고 있어 마을화합은 최고다”고 마을 분위기를 소개한다.

추석명절이 보름 정도 남았는데 이날부터 저녁에 한 가정씩 돌아가면서 마을주민들이 손을 보태 송편을 만들어 저장한다고 하니 무슨 일이든 서로 도와 척척 해내는 옛 시골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마을일에 최고의 화합을 자랑함은 더 말하면 잔소리 일듯 싶다.

얼마전 백수중총동문회에서 주최한 어르신들을 위한 평양민족예술단 초청공연에 다녀왔다는 어르신들은 “매년 봄에 다니던 봄꽃놀이도 못가서 아쉬웠는데 가서 구경도 하고 오랜만에 웃고 와서 재미졌다”며 “행사후에는 홍삼도 마을로 가져다 줘서 잘 나눠 먹을라네”라고 고마운 인사도 전했다.

김대현 전회장은 “2년전 씽크대도 바꿨고 묘동하천도 정비해서 참 깨끗하고 좋은디 거기다 경로당에 운동기구 1~2개라도 더 있으면 얼마나 더 좋것는가”라며 “찬바람이 불어오면 경로당에 모두들 모여 살다시피하는데 우리 동네 양반들은 화투도 칠지 몰라서 안마의자에 의지해 줄을 서서 기다린다”고 속사정을 이야기한다.

올 여름에는 무더위가 없었지만 곡식이 수확기에 들었는데도 계속되는 폭우가 걱정이라는 어르신들은 “어제까지 비가 많이 왔는데 오늘은 햇빛이 바짝해 고추도 따고 깨를 비고 터느라 바쁘다”며 “날은 하늘이 정해준 것잉께 어떻게 못하지만 나쁜 일이 있으면 반드시 좋은 일도 있는 법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추수가 끝날 때쯤이면 경로당에 모여 앉아 점심을 나누고 이야기거리로 발걸음을 옮길 묘동마을 어르신들이다.

집집마다 돌담길을 따라 감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들이 어르신들과 같은 마음으로 객지에 나가 있는 자녀들을 기다리고 있다. 다가오는 추석명절 오랜만에 시끌벅적할 마을풍경과 함께 음식장만 하는 어르신들의 분주한 모습이 그려져 덩달아 흐뭇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