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우리 막걸리를 찾아준 사람들이 고마워”
“항상 우리 막걸리를 찾아준 사람들이 고마워”
  • 영광21
  • 승인 2014.09.1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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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여 어르신 <대마주조장>

영광의 대표 막걸리로 한번 맛본 사람들의 입에서 저절로 ‘맛있다’는 감탄사를 내뱉게 만드는 대마주조장(대표 정덕진)의 대마할머니막걸리.

달콤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깊은 맛을 자랑하는 대마할머니막걸리는 영광군을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근래에는 영광찰보리를 넣어 빚은 <보리향탁주>와 찰보리를 이용해 전통의 맛을 그대로 재현한 <톡한잔소주>가 남도전통술 품평회에서 장려상, 최우수상 등을 수상하며 날로 발전하고 있다.
영광군보리산업의 큰 축으로 대마주조장이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데에는 정 대표의 젊은 열정 덕분이다.

특히 이러한 정 대표 옆에는 언제나 조언을 아끼지 않는 이숙여(89) 어르신이 있다. 이 어르신의 두 손에서 대마할머니막걸리가 탄생했다는 것은 영광군민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함평 해보면이 고향인 이 어르신은 함평 월야면에서 살다 주조장을 운영한 큰 아들을 따라 25년여전 현재 대마면 원흥리 장보사거리로 이사왔다. 그리고 막내아들인 정덕진씨가 주조장을 맡게 되면서 이 어르신도 아들을 위해 술을 담가 팔기 시작했다.

이 어르신은 “막내가 군대제대하고 광주에 좋은 직장에 취직을 해서 다니고 있었는데 큰형이 주조장 사업을 누가 할지에 대해 가족회의를 열었어. 그때 막내놈이 ‘제가 한다’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같이 살게 됐지”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대마주조장이 있기까지 고생을 떠올리며 “말 못할 고생을 했다”고 몇 번이고 곱씹어 말한다. 직접 술밥을 쪄가며 몇 곱절의 정성으로 빚어 팔던 막걸리를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대마할머니막걸리가 유명해졌지만 이 어르신이 그때의 고생이나 보람보다 먼저 떠올리는 것은 언제나 막걸리를 찾아준 사람들이다.
“옛날에는 지금처럼 기계가 없은께 조금씩 만들어 팔아서 없어서 못 팔 때도 있었다”며 “고생도 많이 했지만 우리 막걸리가 맛있다고 항상 찾아오던 사람들한테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라고 말하는 이 어르신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지금의 대마주조장이 있기까지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어머니와 아들. 이 어르신은 열정적인 사업가로 거듭나 대마막걸리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린 아들이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고생하는 것이 안쓰럽기도 하다. 술을 만들어 생계를 이어가는 삶이 녹록치만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기 때문이다.
맛있는 술을 만들지만 “술을 못마셔 간도 못 본다”고 웃는 이숙여 어르신. 어쩌면 대마주조장에서 만드는 막걸리에는 이숙여·정덕진 모자의 진한 삶의 애환이 배어 있어 더 맛있고 깊은 맛을 자랑하는 것은 아닐까.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