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과 ‘끼’ 넘치는 지역의 문화홍보대사
‘흥’과 ‘끼’ 넘치는 지역의 문화홍보대사
  • 박은정
  • 승인 2004.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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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의 문화예술인68- 설장고 박현섭
“쿵 쿵 따 구 쿵 쿵 따 구 쿵 쿵 따 구 쿵 기 닥 다 다 ~ 덩 덩 덩 덩 얼 쑤~덩 덩 덩 덩 덩 덩 절 쑤~덩 덩 덩~덩 덩 덩~.” 장단에 맞춰 멋진 발림을 하며 여러가지 장구가락으로 솜씨를 보이는 박현섭(71)씨. 그가 바로 설장고를 오랫동안 다뤄온 농악 판굿의 우두머리인 장고잡이.

함평 신광이 고향인 박 씨는 20대 초반 당시 주유소를 경영하던 이모부를 돕기 위해 백수로 와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백수 논산리에 살던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하게 되고 그때부터 백수에 뿌리를 내리고 50년을 넘게 살고 있다.

“결혼후부터 장고를 다루게 됐다”는 그는 “젊은시절 장고를 다루며 놀면 얼마나 즐
겁고 신났던지 일이고 뭐고 다 필요 없었어”라며 “반 이상 미치지 않고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고 또 그래야만 어느 정도 그 분야에 실력을 갖추고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것이야”라고 설장고에 푹 빠졌던 지난 세월을 회상했다.

이렇게 설장고를 시작해 지금까지 해오고 있는 그는 지금은 고인이 된 인간문화재 김오채 선생에게 사사를 받았고 영광국악협회 회원으로서 관람제농악단으로 활동중이다. 박 씨는 설장고 말고도 농악에 쓰이는 여러 악기를 모두 연주할 수 있고 들노래와 같은 향토민요도 제법 잘 부른다. 이렇게 다양한 소질을 갖춘 박 씨는 전국농악경연대회나 남도문화제,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설장고는 내겐 보약처럼 기쁨과 활력을 주었지”
그의 ‘끼’넘치는 자질은 전국에서 펼쳐지는 민속경연대회나 공연이 펼쳐질 때마다 구성원들과 어울려 참여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박 씨는 “꼭 대회나 행사가 바쁜 일 철에 겹쳐 모심다가도 가고 벼를 베다가도 가는 등 난리가 아니었어”라며 “이리저리 쫓아다니느라 우리 집사람이 고생도 많이 하고 속도 많이 썩었지”라고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살짝 내비쳤다.

박 씨는 “설장고가 나와 재주를 부린다해 설장고놀이라 하던 것을 줄여 ‘설장고’라고 부르고 있다”며 “설장고는 본래 상쇠와 둘이 놀이판 가운데에서 노는 형태였으나 전라북도 정읍의 유명한 장구잡이 김홍집에 의해 오늘날과 같이 혼자하는 형태가 됐다”고 설장고의 유래도 자상하게 설명했다.

박 씨는 앞서 말했듯이 50여명의 관람제농악단의 일원으로서 정기적인 모임과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다. “나나 우리 친구들은 국악협회로 농악연습을 하러 갈 때 모두들 보약먹으러 간다고 하면서 나간다”며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거기에다 흥겨움까지 함께 하니 일석이조의 효과는 물론이고 남은 여생을 건강하고 젊게 보낼 수 있는 것 같다”고 즐거움을 표시했다.

박 씨의 설장고 인생. 그 인생은 주민들에게 흥을 전해줬고 지역을 전국에 알리는 문화홍보사절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의 삶 속에 비타민과 같은 영양과 활력을 제공해주고 있었다. 그는 “우리 노인들이 맘껏 연습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소망을 밝히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노인인구가 점점 늘고 있다. 이런 노인들이 황혼의 여가를 잘 보낼수 있는 장소마련에 우린 신중한 고민을 해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