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두 손에서는 헌 옷도 새롭게 태어난다
그녀의 두 손에서는 헌 옷도 새롭게 태어난다
  • 영광21
  • 승인 2014.09.1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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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민<유릿다네 옷 수선>

“이제까지의 어려움은 지금의 평화를 얻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 아니였을까 생각해요.”
지나온 삶에 대해 잔잔하게 이야기하는 전소민(64)씨.

영광읍 덕호리 출신으로 무령리에서 자라온 전씨는 군청 공무원으로 7여년을 근무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지내오던 중 예상치 못한 어려운 일을 겪고 서울로 상경하게 된다.
처음 타향살이를 시작하면서 꽃꽂이, 악기연주, 의상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진 전씨는 어렸을 적부터 소질을 보인 의상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의상학원에 정식등록하고 새벽에는 공부하고 바로 출근해 혼신을 힘을 다해 일했다”며 “처음에는 디자인 관련분야가 아닌 실크 수출입에 관련한 업체에서 일했는데 우연히 일본 바이어의 눈에 띄어 한국에 법인체를 공동설립해 사업을 하기도 했다”고 말한다.

또 “원단부터 익힌 탄탄한 기초와 타고난 손재주를 지닌 덕에 나의 이름을 내건 <전소민 의상실>을 열어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고.
재경향우회 여성총무를 비롯해 10여년을 향우회 활동을 하기도 했던 전씨는 조용하게 살고 싶어 2010년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전씨는 “귀향 이후 성당과 집을 오가며 기도하고 봉사로 하루하루를 보냈다”며 “사업에 대한 실패도 경험했던지라 항상 요청기도가 주를 이뤘지만 나이가 들면서 감사하는 마음이 크더라”고 말한다.

그리고 고향에서 다시 한번 손재주 발휘를 시작했다.
그녀는 지난 2월 영광읍 도동리 매일시장 입구에 <유릿다네 옷 수선>이라는 상호로 맞춤전문 상가를 열고 고객들을 만나고 있다. 옷 리폼은 기본이고 단체복, 커플티, 가족티를 만든다.
젊은 시절이 부럽지 않은 30여년 경력의 솜씨는 고스란히 고객들의 만족으로 이어진다.
그녀에게 옷 리폼을 여러차례 맡겼다는 한 단골고객은 “살이 쪄서 못 입게 된 옷을 내 몸에 맡게 리폼해 새옷을 구입한 것처럼 좋고 유행 지난 옷도 새로운 디자인으로 재탄생한다”며 싱글벙글이다.

또 인근 여성복 상가는 일찍이 전문가의 솜씨를 알아보고 옷 수선을 맡기는 등 단골고객이 하나둘 늘고 있다. 새 옷이 아니더라도 장롱에 박혀있던 옷도 <유릿다네 옷 수선>을 만나면 또 다른 옷맵시를 선사한다.
“우리집이 옷 수선하는 곳에 그치지 않고 사람소리가 끊이지 않는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즐겁게 일할 수 있고 내 솜씨에 만족해 하는 고객을 보면 그것으로 좋다”고 소박한 꿈을 밝힌다.
전소민씨의 재봉틀 돌리는 솜씨가 돌고 도는 우리네 세상사는 이야기와 닮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