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 결혼하고도 줄곧 도시에서 살아온 전형적인 도시사람이었던 부부는 친한 친구를 만나러 잠시 들른 영광의 매력에 푹 빠졌다.
유란용씨는 “영광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데 친한 친구를 만나러 왔다가 백수해안도로에 그만 꽂혀 버렸죠. 이상하게 영광에 오니 마음이 편하고 좋더라고요”라고 회상한다.
그 친구가 바로 영광군예비군지역대의 유현열 지역대장인데 가끔 녹록치만은 않은 영광생활에 지칠 때면 부부가 영광에 터를 잡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그를 원망하기도 한다고. 마침 식당에 잠시 들른 유 중대장을 향해 유란용씨는 “이 친구 때문이예요”라고 장난스럽게 눈을 흘긴다.
부부가 귀촌하게 된 것은 여유로운 시골생활에 대한 로망도 있었지만 사람들에게 건강한 자연밥상을 선보이고 싶어하는 아내의 꿈 때문이었다.
집 밥 같은 자연밥상 추구하는 부부
평소에 효소를 이용한 장아찌 등에 관심이 많았던 란용씨는 불갑에 정착하면서 그녀의 꿈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부부가 운영하는 <뜰안에>의 밥상에는 오가피순, 뽕잎, 민들레, 토마토 등으로 만든 다양한 장아찌가 올라온다. 조금 생소하기도 한 다양한 장아찌들의 맛은 저절로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게 한다.
그러나 조미료를 사용한 음식의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입맛을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았다.
란용씨는 “남편과 잘 안 싸우는데 식당을 시작하면서 많이 싸웠다”며 “그래도 지금은 많은 분들이 맛있다고 해주시고 단골도 생겼다”고 웃는다.
<뜰안에>의 주메뉴는 전복과 버섯을 넣은 전복버섯불고기전골, 옻닭, 백숙 등이다. 또 일반적인 산채비빔밥이 아닌 특별히 불고기를 넣은 불고기비빔밥도 인기가 좋다. 특히 비빔밥에는 남편 명길씨가 불갑산 주변에서 직접 채취한 산나물이 들어간다. 그래서 계절마다 들어가는 나물의 종류가 바뀐다. 진정한 산채비빔밥인 것이다.
명길씨는 “산에서 나물을 채취하다가 이렇게 됐다”며 보여준 다리에 여기저기 긁힌 흔적이 그 말을 증명했다.
불갑에서 꿈꾸는 더불어 사는 삶
이렇게 불갑산 입구에서 많은 관광객들을 만나는 부부에게 얼마전 새로운 꿈이 생겼다. 주변에 숙박시설이 없어 잠시 들렀다가 떠나는 관광객들을 보며 안타까워하다 최근 가까운 곳에 숙박시설을 지을 부지를 마련한 것.
부부는 “영광지역이 잠깐 들렀다가는 관광지가 아닌 머물다 가는 관광지가 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 숙박시설이나 카페 등을 운영해 볼 계획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쉽지만은 않았던 영광에서의 생활에 한동안 영광이 밉기도 했었다는 부부. 그런데 지금은 어딜 가나 ‘영광만큼 공기좋고 사람살기 좋은 곳이 없다’고 자랑할 정도로 영광을 사랑하는 영광사람이 돼 가고 있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