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좋고 물 맑아 봉황새가 머무는 어르신 사랑방
산 좋고 물 맑아 봉황새가 머무는 어르신 사랑방
  • 영광21
  • 승인 2014.09.1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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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서경로당<염산면>

염산면 상계리 봉서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붉은 백일홍 가로수와 그 아래로 잘 다듬어진 조경수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그 옆으로 보이는 봉덕재저수지에 비춘 청명한 가을하늘이 운치를 더한다. 이날 봉서경로당(회장 임채빈 사진)에는 영광군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이동보건소가 찾아왔다.

봉서경로당 마을 이름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1537년 경주최씨 최치원의 제17대손 춘영이 나주에서 들어와 성촌하면서 산 좋고 물 맑아 봉황새가 머물다 쉬어가는 곳이라 해 ‘봉서’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이처럼 살기 좋은 마을의 65세 이상인 28명의 회원들이 이용하고 있는 봉서경로당은 영광군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마을주민과 향우들의 협조로 건립됐다. 마을회관을 겸해 마을앞 모정과 함께 어르신들의 정을 나누는 편안한 쉼터가 되고 있다.

“봉덕재저수지 붕어가 제일로 깨깟하니 맛있고 우리 마을 풍광이 좋아서 사람들도 온순허고 예로부터 살기 좋은 마을이라고 하제. 회원들도 협조를 잘 해준당게”라며 “서로들 돌아가면서 맛있는 음식도 해먹고 집안에 맛난 것이 있으면 다들 경로당에 가져와서 나눠먹는 재미가 있제”라고 미소를 짓는 어르신들.
임채빈(78) 회장은 “매주 목요일 대한노인회 지원으로 즐겁게 요가를 할 수 있어 좋다”며 “이렇게 보건소에서 나와서 치아관리와 결핵예방 등 건강에 관한 정보도 알려주고 침도 놔주면서 마을 노인의 건강증진에 관심을 기울여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치매예방 체조로 공을 이용한 손가락 운동 등을 진지하게 배우는 어르신들은 “이 째깐한 공으로 어떻게 치매를 예방허까이~”하면서도 서로 운동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웃음을 참지 못한다.
최순금(73) 어르신은 “매년 봄에는 꽃구경을 가는디 이번에는 여수 오동도에 다녀왔지”라며 “바쁜 농번기에는 모정에서 주로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데 모정에 있을 때는 화장실이 없는 점이 조금 불편하지만 겨울에는 경로당에 모여서 오순도순 십원짜리 화투도 치며 겨울을 난다”고 이야기 한다.

정부에서 지원되는 운영비 외에 부족한 부분은 마을주민들이 만든 공동자금으로 채워 운영하면서 회원들 간에 서로 의지하고 정을 나누는 봉서경로당. 특히 이날은 추석 명절이 끝난 직후라 서로가 서로에게 더욱 의지가 됐다.
“추석에 자식들이 왔다가 이러고 다시 돌아가면 맘이 허전한디 이렇게들 경로당에 모여서 서로 정을 나눈게 좋지.”
젊은 시절 자식들 뒷바라지하랴 힘든 농사일하랴 이제는 허리도 굽고 얼굴에 주름이 가득인 어르신들. 이렇게 경로당에 모여 서로의 허전함도 채워주고 정을 나누는 모습 속에 가을이 풍성하게 영글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