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신문에 나오는 것이 부담스러워요.”
지난 8월 적극적인 대처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는데 큰 역할을 했던 영광농협 터미널지점의 정명자(44) 과장은 겸손하게 말했다.
고객이 요구하는 대로 이체를 해줬더라면 시골에서 평생 어렵게 모은 전 재산을 잃을 뻔한 피해를 막지 못했을 것. 그럼에도 정 과장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고 강조한다.
군남면에서 태어나 1989년 농협에 입사한 정씨는 25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이다. 밝은 미소와 상냥한 말투로 맞아주는 그녀는 처음 보는 사람도 마음을 편하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특히 정 과장이 근무하는 터미널지점은 영광버스터미널 맞은편에 위치해 버스에서 내린 어르신들이 가깝게 이용하는 지점이라 그런지 친절함이 몸에 가득 배어있는 듯 했다.
정 과장은 “그날 아침 피해어르신께서 찾아와서 적금을 도중에 해지해주라고 요청해서 절차를 처리하고 있던 담당직원의 보고를 받고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했다”며 “어르신께 ‘어디에 쓰려고 해지하냐’고 물었는데 무조건 해지해달라고만 하더라. 얼른 피해어르신이 주로 이용하는 불갑지점에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한꺼번에 큰 돈을 필요로 할 분이 아니라고 하더라. 그래서 어르신께 해지해 놓을테니 볼 일을 보고 오라고 안심시켜 놓은 뒤에 아들 등에게 전화를 해서 어르신을 설득하게 했다”고 그날의 일을 또렷이 기억했다.
그러면서 “나 혼자 한일이 아니라 불갑지점의 정은숙 대리가 피해어르신의 아들을 수소문하고 설득하는데 더 큰일을 했다”고 공을 돌렸다.
하루 평균 500여명의 고객들이 다녀가고 그중에 60%정도가 60대 이상이어서 항상 어르신들을 응대할 때 주의를 기울인다는 그녀. 이번 사건도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인 덕분에 막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정 과장은 “시골에서 얼마나 어렵게 모은 돈인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우리 농협을 이용하는 분들께는 피해가 없도록 더 꼼꼼히 살핀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다양해져 어르신들이 농협직원의 말도 믿지 않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이 많다고.
정 과장은 “한번 전화를 받고 공포감에 은행을 찾은 어르신들은 은행직원이 보이스피싱에 대해 설명해도 좀처럼 듣지 않는다”며 “우리 농협직원들을 믿는 것이 피해를 예방하는데 가장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고객의 소중한 재산을 지키는 일은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여기저기서 칭찬을 많이 들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반성도 됐고 고객들의 예금을 더욱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그녀를 보니 마음이 든든하다.
정명자 과장 <영광농협 터미널지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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