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치 물동이를 이듯 머리 위로 활을 들어 올려 태산을 움직이듯 밀고 호랑이 꼬리를 잡듯 당기면 어느새 팽팽해지는 활시위. 일순간 엄습한 고요, 숨이 멎는가 싶더니 과녁까지의 거리 145m를 단 3~4초 만에 ‘팽’하고 화살이 바람을 가른다.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문턱에서 궁도에 정진하는 여무사, 궁도 동호인이 있다고 해서 만나봤다.
영광스포티움 옆에 자리한 육일정에 들어서자 한눈에 들어오는 큰 키에 늘씬한 미모의 여무사가 환한 웃음으로 반긴다.
영광지역에 정착한지 3년 정도 되간다는 여민정(33)씨는 슬하에 귀여운 두 딸을 둔 주부다. 원래 부산이 고향인 여씨는 남편을 따라 영광으로 오게 됐다고.
그녀는 “궁도는 시간에 있어 자유롭고 부담없이 즐길 수 있어 좋다. 특히 육일정은 경관이 좋아 고요한 가운데 새소리도 듣기 좋고 드넓은 잔디밭을 보노라면 일상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다”고 소개한다.
특히 “활을 쏘고 나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쏘기 때문에 마음에 여유가 있어서 좋다”고.
실제로 이날 귀여운 두딸이 동행해 육일정의 풍광 속에 함께 하는 모습이 평화롭기까지 했다.
궁도에 대한 꽤 박식한 그녀는 “우리나라의 전통 무예인 궁도는 양궁과 구별하기 위해 국궁으로도 불린다. 궁도는 팔 힘이 세야만 잘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르는 전신운동이다. 시위를 몇 번만 당겨도 등에 땀이 날 만큼 운동량이 많다. 바른자세로 서서 활을 당겨야하기 때문에 척추를 펴는 자세가 길러진다”고 설명한다.
양궁은 사정거리 최대 75m지만 궁도는 145m의 거리여서 조금만 빗나가도 걷잡을 수 없이 과녁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자세를 바르게 하고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고.
“궁도는 평생 취미로 삼고 싶을 만큼 좋은 스포츠여서 우리 아이들에게도 권하고 싶다”며 “앞으로도 실력을 쌓아 기회가 된다면 궁도대회에도 출전해 기량을 맘껏 뽐내보고 싶다”는 그녀와 함께 깊어가는 가을 육일정에서 활 시위를 당겨보는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