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봐도 또 보고 싶은 얼굴들이 모이는 쉼터
매일 봐도 또 보고 싶은 얼굴들이 모이는 쉼터
  • 영광21
  • 승인 2014.10.1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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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암경로당<묘량면>

“아이고 이렇게 노인들만 있는디를 찾아와줘서 고맙네~.”
경로당에 들어서자 어르신들이 환하게 웃으며 반긴다. 황금빛 들녘이 앞마당으로 펼쳐져 있고 그 한쪽에 한가로운 모정이 서있는 풍광 좋은 운암경로당(회장 이현점)을 찾았다.
운암경로당은 2001년에 영광군으로부터 지원받은 건축비 일부와 마을주민의 협조를 받아서 건립됐다. 20여명의 어르신들이 쉼터로 이용하는 경로당의 회원중 대다수가 여자어르신들다.
“콩 팔러 먼저들 가부렀어~”라며 먼저 돌아가신 남자어르신들에 대해 우스갯소리를 던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움을 드러낸다. 마을에는 남편과 일찍이 사별하고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많아 경로당에도 대부분 여자어르신들만이 남아있다.

그래서일까 할머니들 사이가 마치 친자매처럼 허물없고 가까워 보인다. 대신 궂은 일들은 이 회장이 거의 맡아서 한다고.
매일 점심은 꼭 모여서 함께한다는 어르신들은 “저녁이 되도 밥을 먹고 나서면 그냥 경로당으로 와부러~ 다들 보고자와서~”라며 서로 마주보며 웃는다.
한 어르신은 “우리 경로당은 아침부터 밤까지 항상 모여서 지내지”라며 “심야전기로 보일러를 뜨끈하게 쓸 수 있어서 겨울에도 밤 10시까지 모여서 난방비 걱정없이 편하게 지내”라고 흡족해 한다.
1주일에 2회씩 요가와 판소리를 배운다는 어르신들. 다가오는 10월에는 화순에서 열리는 남도어르신 판소리·민요 한마당축제에 출전하는 어르신들은 판소리 배우는 재미에 푹 빠진 모습이다.

“판소리 배울 때는 세상시름이 다 잊혀질 만큼 재미가 좋아”라며 2012년에는 목포에서 열린 라인댄스 경연대회에서 받은 단결상과 장려상 상장을 보여준다.
경로당 위쪽으로는 아름다운 풍광 속에 10여 가구의 한옥마을이 잘 조성돼 있다. 올해는 한옥마을의 젊은 주민들이 동네 어르신들을 초대해 맛있는 식사도 대접받고 동네잔치도 했다고.

어르신들은 “젊은 사람들이 살아서 그런가 마을에 활력이 넘치고 좋다”고 자랑한다.
혈압을 체크하던 한 어르신이 조금 높은 혈압이 나오자 “저번에도 병원에 가라했더니 약먹기 귀찮다고 안가더라”, “왜 병을 더 키우려고 하느냐”, “말 좀 들어라~”며 여기저기서 정을 가득 담은 잔소리가 넘친다. 이렇게 서로 걱정해주고 챙겨주니 외로울 틈이 없을 것 같다.
“요즘은 120~130살까지도 산다더만~ 100살 되믄 연애도 한번 허고 그렇게 살아야지. 안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