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연구소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하던 그는 10년전 직장을 박차고 나와 고향으로 향했다.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안정적인 직장을 두고 소를 키우겠다는 그의 결심에 가족과 지인들의 반대가 컸다.
신씨는 “제일 먼저 우리 아버지부터 반대하셨다”며 “당시 소 값이 가장 저렴할 때라 마을주민들께서도 걱정을 많이 했었죠”라고 웃는다.
많은 주변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말을 이용해 귀농을 준비하던 그는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고작 12마리의 한우와 함께 고향에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기 시작한다.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소값이 가장 좋지 않은 이때가 기회다”라고 생각한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 기르기 시작한 소는 10년 만에 120여 마리로 10배나 늘었다. 또 논 120마지기, 양파 30마지기를 재배할 정도로 불갑면에서는 제법 대농이 됐다.
신씨는 “이렇게 잘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운도 좋았지만 노력도 많이 했기 때문이다”며 “농번기에는 아침 일찍 나와서 저녁 10시에 집에 들어갈 정도로 정신없이 바쁘다”고 말한다.
이 많은 농촌일은 그의 아내 조귀자(55)씨와 함께 한다. 귀농을 반대했던 아내 귀자씨였지만 남편이 귀농하고 2년 뒤부터는 함께 시골생활을 시작했다.
귀자씨는 “농촌생활이 아무래도 힘이 들죠. 무거운 것도 들어야 하고 일이 끝이 없고…”라며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표정만은 누구보다 밝아 보인다. 부부는 닮는다더니 “귀농한 후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다”는 남편 신씨와 마음까지 닮았나보다.
신씨는 “직장생활을 할 때에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조직안에서 내 욕심만큼 역량을 발휘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좋다는 말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스트레스도 전혀 없고 마음도 편해 정말 좋다”고 활짝 웃는다.
또 회사와 집밖에 몰랐던 그가 귀농하고부터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꽤나 사교적인 사람이 됐다고.
그러나 귀농하고 10년째 신씨가 마주한 농촌의 현실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많은 사람들에게 귀농을 권하고 출산을 권하지만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며 사는 농촌생활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을 볼 때마다 영광군의 농촌을 배려하는 정책이 아쉽다는 그다.
잘 사는 농촌 농업지원 확대돼야
신씨는 “농촌에서 잘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젊은 사람들도 많이 오고 아기도 낳는다. 그런데 주변의 농사를 짓는 많은 사람들이 빚에 시달리고 신용불량자가 되는 일이 허다하다. 영광군이 추진하는 인구늘리기를 위해서는 보다 잘 살 수 있는 농촌을 위해 농업분야에 더 많은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예로부터 소가 유명하다는 불갑면 우곡리에서 소를 키우고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행복한 농부 신종선·조귀자씨 부부를 보며 귀농에 성공한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행복한 농촌의 삶’이 아닐까.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