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의 기도와 걸음으로 탈핵을 이야기하다
100번의 기도와 걸음으로 탈핵을 이야기하다
  • 영광21
  • 승인 2014.10.1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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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20일 100회 맞는 생명평화탈핵순례

 지난 13일 월요일 99차 기도와 걸음에는 여물 꽉찬 벼이삭들과 장관을 이룬 억새가 함께 했습니다.
영광스포티움에서 법성뉴타운까지는 때늦은 붉은 장미가 걸음에 흥을 돋아 줬고 홍농읍에서 성산리 한빛핵발전소까지 가는 길에는 절로 익어 떨어진 은행 알이 툭툭 터져 구리구리한 냄새를 가득 안겨주었지요.
2012년 11월26일 늦가을에 시작한 <탈핵, 생명평화순례>가 유난히 눈이 많았던 그해 겨울을 넘기고 봄을 맞이했습니다. 지난해 그 무덥던 여름은 법성포바다에서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을 맞으며 이겨냈고 가을, 겨울을 걸었습니다. 다행인지 지난해 겨울은 눈도 적었고 추위도 조금 누그러져 걸을만 했지요.

시간은 계절 따라 오고가면서 또다시 3번째 가을을 길 위에서 맞이합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 10시30분 영광군청 앞 탈핵나무에 모여 ‘탈핵, 생명평화탈핵순례’ 깃발을 든 노란조끼 차림의 순례단을 보셨을 것입니다. 도대체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지? 어디서들 오는지? 혹시 누가 뒷돈을 대주는 것은 아닌지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겠지요?

“없어서는 살지 못할 관계가 있다면 그 같이 큰 은혜가 또 어디 있으리요.”
천지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에 대한 원불교의 가르침입니다.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섬,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2013년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겪은 세계는 핵발전을 벗어나기 위해 탈핵국가를 선언하고 핵발전소 대신 태양과 바람 등 자연에너지로 바꿔가고 있습니다. 태양광세계시장은 중국, 미국, 독일의 순으로 성장하고 있고 54기의 핵발전소를 모두 멈춘 일본도 태양광 등 자연에너지 시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2012년부터 터져 나온 한수원 직원들의 총체적 뇌물비리와 시험성적서 위조사건, 최근까지 쉴새 없이 터지는 핵발전소 고장사고들을 보면서 국민들의 걱정은 커져 가는데 한국정부는 2035년까지 23기의 핵발전소를 41기까지 늘리겠다며 역주행의 행보를 걷고 있습니다.
올 초에 발표된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의해 신규 핵발전소 부지로 선정된 삼척은 지난 9일 주민투표를 실시해 85%의 압도적인 핵발전소 유치반대 의사를 표시했고 고리1호기, 월성1호기 등 수명을 다한 핵발전소 근처에 살고 있는 부산, 울산시민들의 핵발전소의 반대 요구가 높습니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밝혀진 한국핵발전소사고만 해도 600건이 넘습니다. 핵발전소 운영기간이 세계평균 24년인데 37년 운행한 고리1호기와 30년 수명을 끝낸 월성1호기를 수명을 연장해서 다시 돌리려고 합니다. 자동차도 오래되면 폐차를 해야 하는데 핵발전소는 수명이 끝나도 왜 또다시 돌리려고 할까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하루라도 더 돌려서 돈을 벌겠다는 것이지요.
2012년 11월26일에 시작한 기도순례가 오는 20일 월요일 100차를 맞이합니다.
매주 월요일 22㎞, 총 2,200㎞를 걸었고 초등학생부터 80대 어르신까지, 남아공에서 일본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이 길에 함께 했습니다.

기독교, 불교, 천주교, 천도교 등 이웃 종교인들의 참여와 전국각지에서 일반시민들과 원불교인들이 모여들어 총 2,600여명의 사람들이 이 길 위에서 걷고 기도했습니다.
노후핵발전소 폐쇄, 신규핵발전소 반대, 안전운행을 염원하는 순례길은 100차에서 101차로 이어질 것입니다. 탈핵한국이 선언되는 그 날까지 말입니다.


이 태 옥 사무처장
원불교환경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