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내가 지고 싶은 이유 / 김주연/ 법성중3
활짝 핀 꽃무릇이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속엔 먼저 져내려간
잎과 꽃의 흔적이 남아 있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
어미 꽃이 피기 위해
할매 잎이 져야 한다.
나라는 꽃무릇이 피기 위해
어미 꽃이 먼저 져야 한다.
상사화가 아름다운 건
꽃무릇 속에 먼저 져내려간
꽃과 잎의 흔적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희생이 있기에
우리의 삶이 아름답다.
나도 누군가를 위해
지고 싶다.
금상
날지 못한 새들, 이제는 힘차게 날아오르길!
은형우/ 영광중3
지난 4월16일, 우리나라는 충격과 슬픔에 빠뜨린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고로 인해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300여명의 사람들이 사망하고 아직까지도 10여명은 실종상태로 시신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사건이 한창 진행됐던 4월과 5월, 우리도 국민들 사이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리본 캠페인이 시작됐다. 우리 학교에서도 모두 교복에 노란리본을 달고 등교하며 그들을 추모하는 마음을 가졌다.
이번 사고는 많은 고등학생들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기 때문에 중학생인 나에게 더욱 슬프게 다가왔던 것 같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제주도로의 즐거운 수학여행을 꿈꾸던 학생들, 꽃다운 나이로 꿈을 키우고 열심히 노력하던 그 학생들, 그들이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이러한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 겹쳐지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후, 학생회 일원으로서 학생회 임원들과 함께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분향소에 갔다.
여기저기 놓여있는 흰 국화를 보며 차가운 물속에서 ‘그들이 얼마나 추웠을까. 얼마나 탈출하려고 발버둥쳤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리고 그 날 오후, 제3자의 입장이 아닌 세월호 유가족 그리고 배가 침몰하는 와중에도 승객들을 살리려는 용기있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사고를 바라 보았다. 즐거운 마음으로 수학여행을 떠난 아들, 딸. 사고로 저 멀리 수평선 너머로 사라져 버린 소중한 아이들이 얼마나 보고 싶을까.
한 부모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 아들은 남들이 다 입는 나이키, 폴로 같은 브랜드 제품 한번 못 입어봤어요. 그게 아들한테 너무 미안하네요.” 이 말이 정말 기억에 남았다. 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런 슬픔도 없었을 것을….
마지막까지 한명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몸을 던지던 용기있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경의를 표한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탈출하기 급급했을거라는 생각에 그들에게 미안하고 반성하게 됐다.
제2, 3의 세월호 사건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다.
항상 노란리본, 세월호로 희생된 사람들을 생각하며 내 마음속의 노란리본을 가슴속에 새기도록 해야겠다.
은상
상사화 / 이예슬/ 영광여중2
당신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저는 하염없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의 푸르름, 생기, 활기찬 모습이 시나브로 잊혀지고 있습니다. 제 몸 역시 시나브로 삭아가고 있습니다. 발가락부터 서서히 썩어들어가는 것이 아픕니다. 당신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는 싫은데 말입니다. 이제 제 하반신은 다 썩어들어 항상 요를 덮고 있습니다. 당신이 이런 제 모습을 보시면 얼마나 놀라실까요,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다솜하는 당신께.
당신께서 이 편지를 보셨을 때, 저는 살아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 몸은 오른팔과 심장 부근, 머리를 제외하고 썩어 버렸습니다. 오른팔도 정상이라고는 볼 수 없네요. 간신히 글씨를 쓸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모든 것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당신의 존재만 기억할뿐…. 하지만, 그래도 당신이 그립습니다. 모든 꽃이 썩기 전에 당신의 얼굴이 보고 싶습니다.
그리운 당신께.
그대의 편지는 모두 읽었소. 그대에게 미안하오. 내가 돌아왔을 때 그대의 흔적조차 없었소. 나도 그대를 다솜하오. 그대가 그립소. 내가 너무 늦게왔나보오. 조금만 더 빨리와 그대의 얼굴을 볼수 없었던 것이 여한이오. 혹 그대를 다시 볼 수 있을까 헛된 망상을 해보오.
만날 수 없는 그대에게.
그대가 말한 병이 이 병이오? 내 발가락이 썩었다오. 그런데 참 이상하오. 발가락이 썩으니 그대를 볼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드오. 그대를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소.
다시 보기를 희망하는 그대에게.
아무래도 나는 틀린 것 같소. 내 전신이 썩어버렸소. 죽기 전에 그대를 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언젠간 만날 것이라고 굳게 믿겠소.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며 그대에게.
은상
부끄러운 꽃 / 어지원/ 홍농중3
한잎 한잎 펼쳐놓은 불그스런 잎
아침에 기지대를 피듯 쭉죽 뻗어있는 수술
곱디고운 각선미처럼 매끈하고 기일게 내린 고운 줄기
서로를 그리워 하지만 만날 수 없는 사이
잎은 부끄러운 듯이 빼꼼 다시 나온다. 시간이 지나 기다리다 지쳐 다시 들어가면, 기다렸다는 듯이 볼을 밝히며 슬그머니 나온다.
숨바꼭질 같은 사랑….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둘은 다시 또 숨바꼭질을 되풀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