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전문가들 유기농감 전문가 되다
컴퓨터 전문가들 유기농감 전문가 되다
  • 영광21
  • 승인 2014.10.2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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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 영광읍 임세훈·심성미씨 부부

‘우리는 사람과 땅을 병들게 하는 화학농약을 일체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맛과 건강을 넘어 고객께 감동을 주는 홍시감을 만들겠습니다. 우리는 모든 생물이 공존하는 친환경 농장을 만들겠습니다.’
30대 젊은 부부의 다짐이다. 영광읍에서 백수해안도로로 향하는 길에서 보이는 <고향애>농장 곳곳에서는 건강한 먹거리를 재배하고 판매하고자 하는 임세훈·심성미씨 부부의 의지가 엿보인다.
서울에서 컴퓨터프로그래머로 일한 임세훈(38)씨와 웹디자이너로 일한 심성미(36)씨는 2012년 잘 다니던 직장생활을 정리했다. 장남이었던 세훈씨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20년 동안 가꿔 온 감농장을 혼자 관리하던 어머니를 도와 <고향애>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탄생시킨다.



컴퓨터 전문가들 시골에 정착하다

아버지, 어머니는 농산물공판장에 감을 내다 팔았지만 그는 카페를 개설하고 소비자와 직거래를 시작한다. 그리고 단감은 ‘행운예감’, 대봉은 ‘행복예감’이라는 이름으로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마치고 <고향애>농장만의 친환경 감을 판매하기 시작한다. 부부가 판매하는 감은 이미 영광지역은 물론이고 전국에서 어느 정도 유명세를 얻었다.

하지만 “아직도 초보농부다”고 말하는 세훈씨는 “감에 관한 이론은 빠삭하지만 농사는 이론만으로는 안되는 것 같다. 날씨, 온도 등과 같은 자연환경의 영향이 큰 것은 물론이고 오랫동안 농사를 해온 경험은 따라갈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저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농촌과 동화되고 있는 과정이라는 초보농부의 겸손함이 마음에 와 닿는다.
부부는 지난해부터 영광군농업기술센터에서 재능기부를 통해 귀농귀촌인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농사에는 초보이지만 컴퓨터분야에서는 알아주는 전문가인 부부가 영광지역의 농부들과 더불어 잘 살기 위한 첫걸음을 뗀 것.

마침 농업기술센터에서 전산실을 개방해 줬고 부부는 블로그 만들기, 나만의 명함 만들기, 전단지 만들기 등을 교육하며 농부가 직접 자신이 기른 농산물을 홍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웹디자이너였던 아내 성미씨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각 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의 장점만을 살려 아기자기하고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만들어낸 명함과 전단지는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남편 세훈씨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에는 우리 아내가 저렇게 실력이 있는지 몰랐다”고 헤벌쭉 웃는다.

별난농부들과 함께 하는 별난장터
농사를 짓기 위해 귀농한 농촌에서 전공을 살려 뜻밖에도 ‘선생님’이 된 부부는 지난 토요일부터는 <고향애> 앞마당에 귀농·귀촌인들이 수확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별난장터를 열었다. 자신들뿐만 아니라 농사를 짓는 영광지역의 모든 농업인, 이웃들과 함께 모여 시너지효과를 내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별난농부들의 별난장터에서는 <고향애>농장의 단감부터 고추, 아로니아, 천일염까지 다양한 농산물을 구경할 수 있다.
“농부들이 자신이 키운 농산물을 스스로 홍보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할 뿐이예요. 오늘이 별난장터를 처음 여는 날인데 앞으로 잘 돼서 다함께 잘 사는 농촌이 되길 바랍니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