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사용 거의 없다 요즘 주문 밀려”
“연탄사용 거의 없다 요즘 주문 밀려”
  • 박은정
  • 승인 2004.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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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 추억속 연탄 경기반영 소비증가
천주교 영광성당 맞은편에 검은 연탄이 하나가득 실린 트럭이 있다. 이 트럭의 주인을 찾기 위해 주변에 있는 세탁소를 들어서니 바로 옆이 연탄가게. 그곳에서 34년째 연탄배달을 했다는 이검진(59)씨를 만날 수 있었다.

묘량이 고향인 이 씨는 객지생활을 잠깐하다 20대 중반부터 연탄가게를 운영하며 오로지 한길만 걸어왔다. 나이가 들었어도 쉬지 않고 그는 연탄 배달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 일이 이것인데 그럼 뭘해”라며 묵묵히 연탄을 옮기는 이 씨. 그는 “가스와 기름보일러의 사용으로 수요가 점점 줄어 4년 전부터는 거의 연탄을 사용하는 이가 없었지만 요즘 갑자기 주문이 밀리고 있다”며 “사는 것이 어렵기는 어려운가봐”라고 현실을 실감했다.

우리에게 갖가지 추억으로 남은 연탄. 자기 몸을 태우며 서민들의 구들장을 덥혀주던 연탄불. 그 위에 늘 얹어진 들통의 물은 지금처럼 온수를 자유롭게 사용 못하던 시절 참으로 소중한 따뜻한 물이었다. 또 그 위에다 밥을 하고 찌개를 데우며 하얀 실내화를 빨아 밤새 말리기도 했다.

그 뿐인가. 한밤중엔 고구마, 가래떡도 구워 먹었다. 손톱 끝이 까매져도 마냥 신나기만 했다. 또 연탄불은 왜 그리도 잘 꺼지는지. 꺼진 연탄을 살리기 위한 번개탄의 매은 연기에 눈물을 쏙 빼곤 했다. 하지만 겨울이면 연탄가스 사고를 당하는 사람들로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런 사고 발생때 등장하는 명약 그것이 바로 얼음이 동동 뜬 동치미 국물. 그때 그 시절을 겪은 이들은 비상약 동치미 국물을 한번쯤은 먹어봤을 것이다.

이렇게 추억 속 연탄이 98년 이후부터 서서히 얼굴을 다시 내보이더니 요즈음은 연탄을 때는 가구수가 지난해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한참 연탄을 많이 땔 때는 광주공장에서 연탄을 2번씩 실어와도 부족했지”라며 바쁘던 지난 시절의 인기를 전하는 이 씨. 그는 예전에 비해 사용자들이 많이 줄기는 했어도 변함없이 새벽에 광주공장까지 가 연탄을 실어와 배달을 하고 있다.

2남1녀를 둔 그는 “그래도 연탄배달로 자식들 뒷바라지를 모두 했고 남에게 돈빌리러는 안다니니까 다행 아닌감”이라며 아내와 함께 연탄을 주문한 곳으로 출발을 서두른다. 외길 인생을 걸어온 그는 자녀들을 남부럽지 않게 성장시키고 결혼하지 않은 막내도 유학보낼 수 있게끔 한 가정경제의 산파역 역할을 했다.

요즘 연탄은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로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는 추억속의 연탄이 아닌 꽁꽁 얼어붙은 경기를 대변해 주고 있다. 연탄 1장 값은 350원. 실내등유보다 2.5배정도 싸다. 그러니 이렇게 살기 힘들 때 다시 찾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