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영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예전부터 귀농을 생각해오긴 했어요. 귀농을 하기위해 다른 지역도 알아봤지만 영광이 서해안고속도로와 인접해 있어서 서울에 사는 아이들이 오고가기도 편할 것 같아 이곳에 터를 잡았죠”라고 소개한다.
그렇게 염산으로 귀농을 한 부부는 첫해 논에 콩을 심는 용감한 선택을 했다. 6월에 귀농해 고추나 벼 등은 이미 늦어 어쩔 수 없이 논에 콩을 심게 된 것. 콩이 자라는 부부의 논 앞을 지나다니는 마을주민들마다 “논에다 밭작물을 심는다”고 한마디씩 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해 논에서 기른 콩은 대풍년이었다.
아내 경숙씨는 “콩 5㎏을 심어서 300㎏ 넘게 수확했으니 정말 잘 됐죠. 그 다음해에 마을에서도 논에 콩 심는 사람이 꽤 많았다”고 웃음을 터트린다.
부부가 첫농사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농업대학과 인터넷 등에서 배운 내용을 그대로 실천했기 때문이라고. “농사의 ‘ㄴ’자도 몰랐다”는 부부의 말처럼 초보농사꾼들이었지만 열심히 배워 지금은 고추, 마늘, 감자, 서리태, 찹쌀 등을 척척 키워내 주변 지인들에게 판매하거나 선물하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는 특용작물에 관심을 갖고 아로니아를 재배하면서 벌도 키우고 있는 부부는 “아로니아를 키우면서 아로니아꿀도 생산해 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귀농인 지원정책 필요해”
부부가 아로니아 등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말로만 듣던 농촌의 어려움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연고가 전혀 없는 지역에 정착한 귀농인으로 겪은 어려움도 한몫했다.
진영씨는 “우리 귀농인들이나 소농들은 논·밭직불금 등 농촌을 위한 여러 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진짜 어려운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인근 전라북도만 하더라도 시설하우스나 특용작물을 재배하는 곳이 굉장히 많은데 우리지역은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농촌에서 잘 살 수 있어야 귀농도 하고 인구가 많이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영광군에서 귀농인이 잘 수 있고 농민이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즐겁고 행복하다는 이들 부부는 “우리는 농사도 즐겁게 짓는다”고 환하게 웃는다. 농사를 노동이라 생각하면 힘들지만 운동이라고 생각하니 그저 재미있고 즐거운 운동이 되고 있다. 급할 것도 없어서 일하는 사이사이 여행도 떠나고 여가생활도 즐긴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은 하루면 수확할 고추를 3~4일에 걸쳐서 따기도 한다고.
“아마 마을사람들에게 우리 부부가 게으르다고 소문이 났을 거예요”라고 호탕하게 웃는 부부의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인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