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석(81) 법성포민속연보존회장은 “요즘은 연을 날리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숨을 내쉰다.
법성포민속연보존회는 1995년 법성지역 주민 20여명이 모여 창단했다.
“법성면에는 바다가 인접해 수군이 주둔했던 터라 다른 지역보다 연이 발전했다”는 최 회장의 설명이 이어진다. 지금처럼 통신시설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라 다양한 연을 띄워 소식 등을 전했기 때문이다. 이때 연날리기가 오락이 됐다.
최 회장이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또래친구들끼리 진성에 올라 연날리기를 함께 했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서 연날리기문화가 점차 쇠퇴하자 몇몇 사람들이 모여 법성포민속연보존회를 만들어 활동하게 된 것이다.
그게 벌써 20여년전 일이니 강산이 2번은 바뀌었을만한 세월이다. 그동안 고령의 회원들은 건강상의 이유로 탈퇴하고 활동이 뜸해졌다.
한때는 법성포에서 전국 연날리기 행사를 열었을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지만 지금은 최 회장과 몇몇 회원만이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것. 그렇지만 최 회장은 지금도 프로선수로 활동하며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연날리기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최 회장은 “요즘은 놀거리 볼거리가 많아서 연날리기를 하는 사람이 없지만 연날리기만큼 재미있는 오락이 없다”며 “자유자재로 재주도 부릴 수 있고 선수들끼리 리그전으로 연싸움도 하는데 하나의 예술이나 다름없다”고 소개한다.
최 회장의 집에는 직접 만든 연부터 이순신 장군이 일본과 싸우며 소식을 전하기 위해 사용한 희귀한 소식연까지 수백장의 연이 보관돼 있다. 또 사람크기만한 대형 방패연도 구경할 수 있다.
특히 법성포단오제때 전시한 법성포의 전경과 생활상 등을 담긴 연은 눈길을 끈다. 집안 곳곳에서 보물처럼 고이 싸 보관한 연을 보여주는 최 회장의 모습에서 전통을 등한시하는 우리의 현실이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최 회장은 올 초 법성남자경로당 회장을 맡으면서 경로당 안에도 그가 만든 연을 걸어 놨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홀로 외롭게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법성포단오제에 전통연 전시를 위한 지원이 끊어진지 오래고 전통연날리기대회도 더 이상 개최되지 않는다. 그저 법성포의 전통연의 명맥이 끊길까 노심초사하는 80대 노인의 안타까운 마음만 남았을 뿐이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