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선작!
상사화
김영순/ 영광읍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소슬바람이
불갑산 자락을 돌아들던 날
핏빛 그리움으로
계곡은 온통 서러움이였다
이룰 수 없는 사랑
만날 수 없는 사랑에
상사병 짙어
핏빛 멍울로 임종을 준비하던 날
저 하얀 구름도
소슬바람도
그냥 서러워 연실봉을 넘었다
산새도 서럽게 연실봉을 넘었다
칠산바다
김미란/ 영광읍
길 떠나고 싶은 자 이곳으로 오라
계마항 깃발 따라 늘어선 섬 동네
슬픔의 껍데기 벗어 부끄러움을 걷어내고
은빛 일렁이는 엄마의 바다
삶의 몸짓 경계를 허무는 수평으로 가라
성긴 웃음으로 반겨주는 괭이갈매기
조기떼 우는 소리 밤 잠을 설친
송이도 아낙의 텀턱스러운 백합죽의 개운함
안마군도의 황금어장 파시를 이루고
만선 이룬 뱃머리는 계마항을 향하노니
꽃게의 집게 걸음으로
황홀한 노을이 다가오리라
옛사람 마음따라
한걸음씩 접어가는 해당화길 30리
인기척에 놀란 칠게들이 갯벌을 파고들고
물과 볕과 바람, 은빛 소금으로 남았으니
그때의 그 절개로
펼쳐진 덕장에서 꾸덕 꾸덕 말라가는 굴비
어느 산을 올라도 칠산은 곁에 남아
희망을 약속하리니
길 떠나고 싶은 자 이곳으로 오라
바다를 껴안고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진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생기리라.
상사화 피던 날
이정옥/ 영광읍
천년을 스쳐가도
그대가 누군지 몰랐습니다.
그리다 길어진 모가지가 슬퍼도
그대가 누군지 몰랐습니다.
그러나 오늘, 나는 보았습니다.
불갑 산골이 붉은 시를 노래하면
슬픈 가슴이 뭉클하고
먼데서 온 손님의 춤사위에
내 어깨가 들썩입니다.
나는 보았습니다. 그대가 누군지
빛의 고장
이명백/ 군남면
빛은 밝은 것
천년의 빛 영광
곳곳이 빛이어라
불갑산을 태워 버린
상사화꽃의 선홍색 붉은 빛
그리움의 한이 서린
전설속의 사랑이야기 들려준다.
가마미 물로 빚은 전기의 불꽃
만방에 어둠을 밝혀주는 빛
모두의 편의 생활 다독여 주니
복된 삶의 터전 가꾸어 진다.
길용리 옥녀봉에 일원의 표상
사은의 지중한 신령스런 빛
괴롭고 어둔 마음 밝히어 주니
중생의 고통을 깨우쳐 준다.
영광은 모두가
신령스런 빛이어라
영광(법성포 굴비)
김영희/ 홍농읍
내가 법성포를 갔을 때
굴비들은 일제히 나를 향했다
순간 국군통수권자가 된 듯 의장대 사열을 했다
눈을 내려 깔고
최대한 온화한 미소 단아한 표정을 잃지 않으려고
콧잔등의 가려움도 참아냈다
굴비와 접한 시간은 순간
내가 착각의 두께를 느낀 건
깜박이지 않는 굴비들의 눈망울 이었다
마른 눈망울이
그렇게 푸른 열망으로 일제히 향한 곳은
내 뒤로 펼쳐지는 서해바다였다
굴비라는 새 인물 탄생을 위해
서해바다의 푸르름을 안고 소금 꽃을 새겨
조기라는 젖은 이름을 말린다
굴비가 튀어 오른다
법성포굴비가 세상 밥상에 방생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