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의 책 - 당신은 생활하고 있나요, 삶을 살고 있나요?
한권의 책 - 당신은 생활하고 있나요, 삶을 살고 있나요?
  • 영광21
  • 승인 2014.11.2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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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박민규 / 예담

표지 이미지로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사용한 점은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사실 서가에 꽂아둔 책들을 바라보다가 우연하게 표지 그림을 보고 이 책을 선택했다. 미술 평론가의 말을 빌리면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소설에 비유하면 1인칭, 2인칭, 3인칭이 존재하는 독특한 작품이라고 한다.

박민규 작가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의 결말을 하나로 하지 않고 여러개로 만든 점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표지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작가의 의도대로 결말도 제각기 인칭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각 해석에 따라서 느끼는 감정도 달라지고 소설의 주인공에 대한 성격도 달라진다.
다른 소설과는 달리 여기서 여주인공은 보통의 대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못생기게 설정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점이 다른 점이다. 그래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라는 제목을 사용한 것 같다.

주인공의 부모님 즉, 평범한 어머니와 액션배우를 꿈꾸고 여자보다 자신을 더 가꾸는 아버지 그리고 드디어 성공한 아버지가 어머니와의 사랑을 뒤로 한 채 다른 여자와 사랑을 시작하면서 주인공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사랑에 대한 동경이나 가치관이 깨진다.

하지만 전혀 뜻밖의 사랑이 다가온다. 주인공이 근무하는 백화점에서 만난 여자는 세상에서 가장 못생겼다고 해도 믿을 여자, 사회생활을 하는데 무리가 있을 정도로 못생긴 여자와 사랑을 한다. 하지만 서로 확인하기도 전에 여자는 자신의 외모로 인해서 무너진 자존감을 세우지 못하고 주인공 곁을 떠나 버린다. 이후 많은 방황과 시간이 흘러도 그녀를 잊지 못해서 결국 그녀를 다시 찾아가는 이야기다.

이 소설에게 내게 알려준 메시지는 삶과 생활의 차이다. 바로 사랑이다. 삶은 사랑이 있는 것이고 생활은 사랑이 없는 것이라고 한다.
주인공이 여자를 사랑할 때는 삶으로 표현되고 여자를 잃고 방황하는 것은 그냥 생활로 표현하고 있다. 소설 속에서의 삶은 사랑이 녹아 있고 있지도 않은 사랑에 내내 절망하는 생활을 그려내고 있다. 참 단순한 말인 것 같지만 많은 것을 배려하고 생각하게 하는 차이다.
우리는 지금 생활을 하고 있나요. 아니면 삶을 살고 있나요?

 

조 은 선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