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일을 하고도 우쭐대는 꼴불견 국회
당연한 일을 하고도 우쭐대는 꼴불견 국회
  • 영광21
  • 승인 2014.12.0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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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375조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2012년 이후 12년 만에 법정시한을 지킨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우쭐대고 있다. 세월호 정국 속에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던 국회가 모처럼 국민과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지난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될 때만 해도 많은 국민들은 기대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국회 예산심사과정에서 무상복지 재원문제로 여야가 격돌하고 법인세와 담뱃세 등에 대한 입장이 엇갈려 새해 예산안이 과연 제때 처리될 수 있을지 우려가 컸다.

법정시한인 2일까지도 일부 예산 부수법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여 가슴을 졸이게 했지만 마지막까지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살려 어렵사리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바로 이 모습을 국민들은 기다려왔다. 세월호참사 이후 끝이 간데 없는 대립으로 일관했던 여야가 비로소 정치를 보여준 것이다.
새해 예산안 법정시한 준수는 국민 신뢰회복을 향한 국회와 정치권의 첫 걸음에 불과하다. 새해 대한민국의 형편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이다. 이번에 보여준 정치를 바탕으로 이런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켜 나갈 때 신뢰는 더욱 다져질 것이다.
여야는 당초 정부가 제출했던 예산안에서 3조6,000억원을 삭감하고 3조원을 증액했다. 세출기준으로는 총 375조4,000억원 규모다.

주로 늘어난 부분은 복지분야와 사회간접자본분야다. 먼저 여야는 가장 큰 예산국회 쟁점이었던 누리과정 예산에 따른 지방교육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방채 이자액 333억원과 대체사업 4,731억원 등 목적예비비 5,064억원을 편성했다. 앞서 야권이 요구했던 누리과정 순증 비용이 5,233억원에 가깝게 우회지원이 결정된 셈이다.
여야는 또 보육교사 근무환경 개선비 및 교사 겸직 원장수당 지원 등을 위해 정부안보다 179억원을 증액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지원예산 역시 정부안보다 83억원 늘었고 경로당 냉난방비 298억원은 새로 편성했다. 저소득층 육아부담을 덜기 위한 기저귀·조제분유 구입비용 50억원도 새로 마련했다.
SOC분야 예산은 당초 24조4,000억 원에서 4,000억원이 증액됐다. 지역산업활성화 및 지역특화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예산도 정부안보다 700억원 늘린 1조5,245억원으로 편성했다.

물론 부실 졸속심사에 대한 비판이 있긴 하지만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예산안 이후 산적한 난제들도 정치력으로 풀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당장은 1주일 남은 정기국회 회기동안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등 시급한 법안처리를 마무리해야 한다.
부정청탁 금지를 위한 이해충돌방지법, 이른바 김영란 법의 처리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또 예산안 처리 이후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공무원연금개혁안과 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사자방 국정조사도 여야가 오로지 국민만 보고 신속하게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지금이 적기라는데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진 사안이고 사자방국정조사도 혈세가 낭비됐는지 여부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해줄 수 있는 수단이다.
특히 새로운 현안으로 급부상한 정윤회씨 관련 청와대 내부문건을 둘러싼 공방이 가까스로 살아난 정치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된다. 이미 착수된 검찰의 수사를 지켜본 뒤 철저히 쟁점화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박찬석 / 본지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