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식구나 다름없는 정이 묻어나는 곳이여”
“한 식구나 다름없는 정이 묻어나는 곳이여”
  • 영광21
  • 승인 2014.12.05 1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술경로당<법성면>

영광읍과 법성면의 경계에 위치한 와탄천을 막 지나 오른쪽으로 5분 정도 향하면 위치한 법성면 신장2리 여술경로당(회장 정영섭).
20여 가구에 3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이럴 때 딱 ‘한 식구’라는 표현이 잘 어울릴 것 같다.
겨울 추위가 다가오기 전 집집마다 김장준비가 한창인 여술마을은 아직 마을경로당보다 마을 집집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더욱 정겹게 다가온다.

“오메, 마치 잘 왔구만. 방금 삶아온 수육에 김치 한가닥 먹어보소. 우리 마을 아짐들이 솜씨가 얼마나 좋은지 몰러. 이제 막 마무리하고 정리하고 있는 판이네”라며 내미는 어르신들의 손맛이 보통이 아니다.
주인장이 먹을 김치는 김치통, 자녀들에게 보낼 김치는 택배박스에 담는다. 그리고 마을 주민들과 나눠 먹을 김치는 따로 1~2개씩 담아 저녁밥상에 새맛(?)으로 전달될 것이다.
노양순 어르신은 “마을 식구들끼리 돌아가면서 집집마다 김장을 도와주니 1주일 넘게 김치를 담갔다”며 “저녁은 김치에 된장국만 있어도 집집마다 조금은 색다른 김장김치로 맛있게 해결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우리마을은 사람수는 적어도 경로당에 모여 음식도 해먹고 서로 부족한 것은 나누는 한 식구나 다름없다”며 따뜻한 시골인심을 자랑한다.
정영섭 회장은 “우리 마을은 지형이 여우형이라고 해서 ‘여시’라는 어휘를 따라 여술마을로 불리고 있다”며 “마을로 향하는 진입로가 좁아 불편하긴 해도 큰 길로 나가면 바로 군내버스가 운행되고 있어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다”고 말한다.

또 “다른 시골마을 경로당과 달리 농사철에도 경로당 문을 열어 오고 가는 쉼터가 되고 있다”며 “한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11여년전 경로당 건립 당시 도배가 그대로 있어 얼룩지고 보기가 좋지 않아 깨끗이 도배해 새단장하면 좋겠다”고 마을주민들의 공통된 의견을 전한다.
음식솜씨가 좋아 불편한 몸에도 경로당의 찬거리를 주로 담당하는 이행순 어르신은 “우리는 경로당 열쇠를 한개만 갖고 있지 않고 여러개를 준비해 먼저 나서는 사람이 경로당의 문을 열고 있다”며 “안마기가 있어 농사철에도 더울 때는 들어와서 쉬었다 가기도 하고 겨울에는 점심, 저녁까지 해먹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진다”고 마을의 정다운 분위기를 전한다.

마을의 젊은 아낙에 속하는 이길순·정은자 어르신들도 여술마을경로당에서는 한솜씨 하는 것으로 통한다.
어르신들은 “우리들도 같이 하긴 하는디 저 두 사람이 언니, 동생하면서 시작하면 우리 여술경로당에서는 못하는 것이 없다”며 “멀리 사는 친·인척보다 더 가까운게 이웃사촌 아니겠냐”고 서로 챙기는 모습에 절로 웃음 지어진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돼 어르신들의 발길이 더욱 많아질 여술경로당에서 여름내 고생한 어르신들이 피로도 풀고 웃는 일도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