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없이 포근하고 따뜻한 우리네 할머니
더없이 포근하고 따뜻한 우리네 할머니
  • 영광21
  • 승인 2014.12.1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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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귀남<영광의빛지역아동센터 >

어릴 적 겨울에 할머니댁에 놀러 가면 아궁이로 불을 지피는 뜨거운 아랫목에 앉아 군고구마나 구운 떡을 먹을 수 있었다. 할머니는 맛있는 간식거리를 내 주시면서 고만고만한 손자손녀들을 위한 재미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했다. 모든 이야기 앞 부분에 ‘옛날에 옛날에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라는 말로 시작하는 이야기보따리에서는 항상 새롭고 재미난 이야기들이 쉼 없이 나왔다. 할머니는 때론 ‘어흥’ 무서운 호랑이가 됐다가, 불쌍한 어린 아이가 되기도 하면서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추운 겨울 유난히도 따뜻하던 할머니의 품에서 들은 그 이야기가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그 느낌이 지금도 생생하다.

조귀남(78) 어르신은 홍농의 영광의빛지역아동센터를 찾는 아이들에게 친할머니나 다름없는 따뜻한 품을 내어주고 있다. 어르신일자리사업으로 3년째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조 어르신은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맛있는 음식을 맛보이기도 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영광의빛지역아동센터 임도희 센터장은 “조귀남 어르신께서 아이들이 붐비는 시간에 오셔서 도와주시니까 도움이 많이 되고 아이들도 친근하게 잘 따른다”며 “또 아이들 건강에 좋은 건강식단 등도 잘 아셔서 정말 좋다”고 자랑한다.조 어르신이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하게 된 것은 노인일자리사업 덕분이다.

조 어르신과 같은 교회에 다니던 임도희 센터장이 함께 일할 것을 제안했고 조 어르신도 선뜻 응했다고.
조귀남 어르신은 “아침에 집안사람들이 밥 먹고 일하러 나가면 하루종일 심심했는데 아이들을 돌보면서부터는 재미도 있고 하루에 3시간씩만 일하면 되니 부담스럽지도 않아서 좋아요. 우리 같은 나이에 밖에서 활동하니 더 좋죠”라고 수줍게 웃는다.
최근에는 센터에 일손이 부족해 아이들의 간식거리나 밥상을 준비하는 일도 함께 돕고 있는 조 어르신은 “내가 만든 음식을 아이들이 맛있게 먹어주면 고맙고 기쁘다”고 말한다.
또 이곳 센터를 찾는 아이들과 만나면서 먼 지역에 살아 자주 볼 수 없는 친손자손녀들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기도 한다.

조 어르신은 “이 일이 단순한 직업이라기보다는 봉사한다는 생각으로도 하고 있다”며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는 계속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정부가 노인복지를 위해 시작한 노인들을 고용하는 업체 등에 소액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노인일자리사업.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조귀남 어르신처럼 노인복지는 물론이고 우리사회의 미래인 아이들이 좀 더 따뜻한 품안에서 바르게 자랄 수 있게 하는 기본 토대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