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가정의 훈육이 바른 아이를 길러내”
“학교와 가정의 훈육이 바른 아이를 길러내”
  • 영광21
  • 승인 2014.12.1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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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옥 / 전 염산어린이집 원장

하루종일 눈발이 휘날리던 날 염산 운송정경로당 회원들이 이용하는 봉남1리 마을회관 앞에도 눈이 수북하게 쌓였다. 그럼에도 경로당에는 벌써 많은 어르신들이 모여 아랫목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김순옥(84) 전 염산어린이집 원장을 찾는 질문에 어르신들은 “우리 회장님 저기 부엌에 계신다”며 일제히 부엌문을 가르킨다. 운송정경로당 어르신들에게 ‘회장님’으로 불리는 그녀는 “오늘 눈이 많이 와서 우리 회원들과 따뜻하게 차 한잔씩 하려고 집에서 자스민차를 가져왔다”고 웃는다.
지난해 6월 김 전원장은 염산어린이집 원장에서 물러났지만 지금은 운송정경로당의 회장으로 여전히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김 전원장은 현재 광주교육대학의 전신인 광주사범학교를 졸업할 정도로 재원이었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진출이 많지 않았던 사회분위기 때문인지 19세의 어린 나이에 결혼해 평범한 가정주부가 됐다. 김 전원장의 남편도 광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교사생활을 했지만 집안 형제들이 해방이후 군경에 의해 학살당하자 남겨진 조카들의 생계를 위해 사퇴하고 고향 염산으로 와 염산면장 등을 맡아 생계를 꾸렸다.

이때부터 김 전원장도 염산에서 살기 시작했는데 최초 염산어린이집을 설립한 염산출신 탁연택 대한사회복지회장이 그녀에게 “사범대학을 졸업했으니 어린이집 원장을 맡아 달라”고 제안하면서 우연히 원장을 맡게 된 것이다. 그렇게 35년간 어린이집을 맡아 운영했던 그녀의 손에 염산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 대부분이 거쳐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김 전원장은 “평범한 가정주부가 그렇게 얼떨결에 전공을 살리게 됐지요잉”이라며 씽긋 웃어 보인다.
그녀는 35년간의 어린이집 원장생활을 마무리하면서 한편으론 시원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컸다고 한다. “지금 돌아보면 아이들을 좀 더 잘 가르쳤어야 했는데 아쉽죠”라며 시원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40대 중반 뒤늦게 시작한 일이 오히려 아이들을 통해 본인 스스로 공부를 하게 하는 보람도 있었다.
김 전원장은 “지금도 길거리를 다니다보면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길을 가다가 나를 보고 멈춰서서 ‘원장님 안녕하세요’라고 꿈뻑 인사를 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가정에서의 훈육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수십년 어린이집원장으로 근무한 경력을 살려 경로당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글교육을 하기도 했다. 한글교육을 위해 구입한 칠판이 경로당 한쪽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지금은 한글교육을 희망하는 사람이 없어 잠시 쉬고 있지만 배우려는 사람이 한사람이라도 있다면 언제든 나서서 가르쳐줄 생각이다”며 활짝 웃는 김 전원장의 교육자정신만은 어디에 있던 어떤 직책을 가졌던 여전하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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