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는 부지런해야 잘 살 수 있어요”
“시골에서는 부지런해야 잘 살 수 있어요”
  • 영광21
  • 승인 2014.12.1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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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 염산면 송홍섭·정지영씨 부부

“귀촌하고 하루에 4시간 이상 잠을 자 본 적이 없어요. 아무것도 없이 맨손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더 열심히 살아야 했죠. 그래서 제 직업도 계절마다 달라요.”
올해로 염산에 자리 잡은지 18년차에 들어서는 송홍섭(44)씨는 이제 귀농·귀촌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할 정도로 타지에서 생활한 것보다 영광에서 생활한 시간이 훨씬 더 많아졌다. 염산이 고향인 그는 일찍이 광주로 유학을 떠나 대학졸업후 서울에서 짧게나마 직장생활을 하다 귀농했다. 그때 그의 나이는 고작 26세.

그런데 농사도 짓긴 하지만 그가 가진 직업이 수없이 많아 귀농인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하기가 조금 난감하다. 1년중에 1~2월 딱 2달만 쉬고 3~4월에는 묘지이장 등과 같은 산일, 4~6월은 모심기, 6월 이후에는 모싯잎 수확, 9~10월에는 벌초와 장수말벌집 제거, 한 겨울에는 칡즙 판매 등을 하며 수익을 얻는다.
홍섭씨는 “저는 직업이 1년 12달 매달 달라진다”고 해맑게 웃는다.
고향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농사를 지을만한 땅도 없었고 부모님의 도움없이 거의 바닥에서 시작하다시피 했던 터라 혼자 힘으로 시골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다보니 그만큼 직업도 많아졌다고.

더 열심히, 특별하게 살아온 오늘
홍섭씨는 다른 사람들보다 적게 자고 더 많이 일하며 열심히 살면서도 차별화된 생존방식을 연구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트랙터를 이용한 손쉬운 보리종자 파종방식을 생각해 내 보리종자 파종시기에는 그를 찾는 마을주민들이 끊이질 않는다. 그가 일하느라 전화를 받지 않을 때에는 트랙터에 꽂힌 트레이드마크 태극기를 보고 논밭으로 찾아와 “우리 논에도 해 달라”고 말하는 마을주민들도 있다.

또 벌초의뢰를 받아 대행을 할 때에도 먼저 큰 풀을 긁어내고 남은 잔풀들까지 기계의 바람을 이용해 불어내 깨끗하게 처리한다. 성묘하러 가는 길에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도 제거해 성묘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그만의 서비스다. 그렇게 10여년 이상 일하다보니 1년에 보통 300기 이상의 벌초대행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는 또 장수말벌집 제거를 전문으로 하면서 이를 넣어 만든 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등으로 부수익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궤도에 들어선 그는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전하기도 했다.

 

“시골에서는 부지런해야 잘 산다”
“먼저 3~5년 정도 주말농장을 운영하며 귀농을 준비하는 것이 좋아요. 또 귀농한 뒤에는 모든 작물을 기르는 영농일지를 기본적으로 써야 하구요. 무엇보다 시골에서는 부지런해야 성공할 수 있어요.”
홍섭씨에게는 얼마 전 소박한 꿈이 생겼다. 올 봄 아내 정지영씨와 결혼했는데 부부의 2세에게 따뜻한 울타리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또 그가 사는 마을에 도정공장을 지어 마을주민들이 수확한 쌀을 통합해서 브랜드화해 판매하는 것도 생각중이다.
그의 무궁무진한 아이디어와 특유의 성실함까지 더하면 머지않아 그 꿈이 이뤄지지 않을까.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