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나누면서 사는 농촌생활이 행복한 농부
이웃과 나누면서 사는 농촌생활이 행복한 농부
  • 영광21
  • 승인 2014.12.1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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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 군서면 정우연·유춘심씨 부부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날에도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논밭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 농부의 삶일까. 귀농 5년차의 군서면의 정우연·유춘심씨 부부는 추위를 뚫고 배추밭으로 향했다.
“아는 사람이 배추를 사러 와서 실어주고 오는 길이예요. 올해는 배추가격이 좋지 않아 팔지도 못하고 갈아엎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순박하게 미소로 반갑게 맞는 부부. 추위에 얼어 빨갛게 된 부부의 두 볼이 더욱 도드라졌다.
아내 유춘심(54)씨는 “올해 배추를 많이 심었는데 가격이 너무 싸서 팔수가 없어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집도 배추를 못 팔아서 야단이죠. 우리도 날씨가 좋아지면 갈아엎어야 해요”라고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마음이 더 추운 겨울이지만 이내 “그래도 처음보다는 낫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웃는다.
남편 정우연(56)씨는 “귀농하고 처음 3년 동안은 고생을 많이 했어요. 언제 종자를 뿌리는지, 농약을 하는지 아무것도 몰랐죠. 오죽하면 다시 도시로 가야겠다는 생각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주변 사람들이 많이 도와주고 경험도 쌓여서 살만해졌어요”라고 말한다.

주말부부 생활 청산하고 결심한 귀농
부부가 귀농을 결심하게 된 것은 함께 살기 위해서였다. 귀농 전 남편 정씨는 부산에 있는 대우조선 하청업체에서 용접기술자로 일했고 부인 유씨는 광주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면서 주말부부로 살았다.
그런데 부산과 광주의 거리가 워낙 먼 탓에 주말부부로 생활하기도 교통비 등에 큰 부담이 따랐다. 그때 마침 남편의 고향인 군서에 있는 집안의 선산을 지킬 사람이 필요하게 되자 정씨 부부는 귀농을 결심했다.
“아무것도 없이 맨손으로 왔다”는 부부는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에 부딪혔다. 벌이가 많지 않은 것은 둘째치더라도 공들여 수확한 농작물을 경험부족으로 버리기 일쑤였다.
정씨는 “처음에는 농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니까 다른 사람이 모 심으면 모 심고 약 뿌릴때 우리도 약 뿌리고 무조건 따라했죠. 그렇게 아무런 지식과 경험 없이 농사를 짓다보니 1년내 공들인 담배를 말려 팔기만 하면 되는데 장마비로 썩혀 버리기도 했고 속상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예요. 어떤 때는 너무 속상해서 울기도 했죠”라고 당시를 회상한다.

“우리 것을 나눌 수 있어 기뻐”
그런 실패가 든든한 디딤돌이 됐는지 부부는 현재 2만평이 넘는 벼, 담배, 고추, 양파 등의 농사를 짓고 있다. 이제는 요령도 생겼고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니 마음도 조금 편해졌다고.
정씨는 “무엇보다 우리 조상들과 어머니가 잠들어 있는 선산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 귀농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고 방긋 웃었다.
부부는 올해부터 절임배추나 동치미, 김장김치 등을 도시에 사는 친·인척이나 지인들에게 판매했다. 이러한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까운 곳에 혼자 사는 어르신들을 위해 김치 등을 담가 전달하기도 했다.
팍팍한 생활 속에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생각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누면서 살고 싶다”고 밝게 웃는 부부의 미소는 말할 수 없이 따뜻하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