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규제가 우리에게 던진 경고
고무줄 규제가 우리에게 던진 경고
  • 영광21
  • 승인 2015.01.15 09: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제부터일까? 큰 사고가 터질 때마다 안전불감증이나 예고된 인재라는 용어에 길들여져 왔다. 이번 의정부 참사에서도 속절없이 또 듣고 있다,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이라는 자부심이 쪼그라들며 자괴감의 늪에 빠지게 하는 이런 후진적 사고로부터 언제쯤 해방될 수 있을까?
어설프게 규제의 빗장을 푼 것이 대형참사로 이어졌다. 불이 나 다 타버린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는 대폭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아 지어져 사실상 안전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불이 번진 드림타운과 해뜨는마을도 2011년 허가받은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은 2009년 도입된 것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의 부동산 정책중 하나다. 1~2인 가구와 서민 주거안정 대책의 하나로 공급이 추진됐다.

건물 간격이나 주차공간 확보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 주거용건물을 상업지역에서 지을 수 있게 했다. 내용은 원룸형 오피스텔이나 다가구주택과 같지만 아파트로 이름붙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파트에 비해서는 각종 안전과 편의시설 설치의무가 대폭 줄었다.
상업지역이다 보니 일조권 적용에서도 배제돼 건물 간격이 최소 50㎝만 넘으면 됐다. 10층짜리 쌍둥이건물 형태로 지어진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은 간격이 1.5m 정도밖에 안됐다. 이 사이 좁은 공간이 마치 연통 역할을 해 드림타운으로 불이 쉽게 옮겨 붙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의정부 참사는 알려진 대로 지난 정부의 무분별한 건축규제완화 탓이라고 한다. 도심지역에 서민들 살 곳을 많이 짓고 부동산 경기도 살려보려고 그랬다고 한다. 다닥다닥 붙은데다 진입로가 좁아 불법주차가 일상화된 주택 35만채가 지난 5년동안 그렇게 지어졌다. 소방차 진입이 힘들고 좁은 건물사이가 불길이 되기 십상인 구조였다. 주거편의를 위해 주거안전을 희생한 셈이지만 정책당국은 5년전 이런 사고를 전혀 내다보지 못했을까?

겉으로는 안전제일을 외치지만 상황에 따라 편의를 내세우며 안전을 희생시키기 일쑤였던 예전의 잘못된 관행이 불러일으킨 보복이라면 지나친 얘길까? 일만 터지면 규제를 원칙없이 죄고 풀던 고무줄 규제의 익숙한 경험들은 이번에도 작동했다.
국회가 다그치며 당국이 부랴부랴 내 논 방안들은 한결같이 외벽 불연재를 의무화하는 등 건축기준의 강화에 맞춰져 있다. 신속한 대응에 공감하기 보단 왠지 미덥지가 않다. 처방이 잘못된 게 아니라 그 처방의 일관성 등이 담보되지 않을 거라는 찜찜한 기억이 여전해서일 것이다.
지금 절실한 건 대증적인 땜질처방이 아니라 100년을 지탱할 근본적인 대책이다. 천박한 경제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안전대한민국에 대한 신념을 반석같은 정책으로 구체화할 거라는 믿음이 심어져야 한다. 지난 반세기의 눈부신 성취에 가려졌던 안전소홀이라는 깊은 그늘을 이번에도 거둬내지 못하면 우리는 모래 위에 성을 쌓는 허망함의 늪에 갇힐지 모른다.
또 경제성과 편리성만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스프링클러 설치, 외장재 방염 난연소재 사용, 피난계단과 방화문 등 전반적인 안전시설 규정을 적절 수준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방재 전문가들은 밝혔다.
주거용 건물이더라도 정기 소방검사를 하지 않고 소수만 표본검사하게 돼 있는 법규 때문에 여러해 동안 소방검사나 점검을 받지 않는 사각지대가 생기는 점도 개선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