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전위험 감시체제의 근본문제와 개편방향 ①
‘아이들에게 핵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모임’과 ‘탈핵에너지교수모임’,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모임’이 공동주최한 공청회가 <원전위험,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1월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100여명의 방청객이 참가한 가운데 주로 탈핵에너지교수모임 소속 교수들과 국회의원들이 중심이 돼 진행된 공청회는 제1부에서 <원전위험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3개의 발제와 함께 제2부에서는 종합토론 및 대정부요구서가 채택됐다.
영광에서는 한빛원전민간감시위원회에서 주경채 위원이 참석해 <한빛원전감시센터의 경위와 과제>라는 주제발제가 있었다.
본지는 이번 공청회 내용을 3회에 걸쳐 발췌·게재한다.
/ 편집자 주
이 성 로
(안동대 교수)
이 원 영
(수원대 교수)
핵발전은 그 존재 자체가 민주적 정당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선언함으로써 이 규정으로 헌법 질서로서 국가의 기본적 인권보장의무를 확인하고 동시에 국민의 주관적 권리를 확인하고 있다.
이 규정은 기본규범으로서 국가권력을 구속한다. 따라서 입법 행정 사법 등 모든 국가작용의 목적과 가치판단의 기준을 제공하며, 나아가서 인간의 가치와 존엄에 기반을 둔 헌법의 기본권조항은 국가질서의 요소로서의 의의를 가진다.
기본권 중에서도 생명의 보존과 안전의 추구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
핵발전과 같이 국민의 복지나 행복추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시설의 설치 승인과 운영 등은 국민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 그것이 헌법정신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와 관련해 단 한번도 국민의 의사를 물어본 적이 없다. 세계의 모든 핵발전이 그렇게 출발했던 것처럼, 핵발전을 활용한 핵무기의 보유가 핵발전 설치의 애당초 목적이었기 때문에 이승만 정권은 물론 핵발전이 본격적으로 건설하기 시작했던 박정희 정권은 이 과정을 무시했던 것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핵발전의 당위성을 뒷받침해야 할 국민적 동의가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핵발전 건설을 추진하던 당시에도 그리고 핵발전 운영의 안전문제를 놓고 정부조직을 바꾸는 문제에 대해서 논란을 벌이는 현재에도 정부는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추진하는 데에만 총력을 기울일 뿐이다.
그러나 국민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는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과거 핵폐기물처리시설 등 핵발전소 건설이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던 이유들 그리고 결국 주민투표를 통해서 비로소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정책에 대해서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정부가 민주정부라고 할 수 있을까?
또 이미 건설돼 운영 중인 핵발전소 안전문제와 관련해서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핵마피아가 중심이 돼 핵발전소 건설과 운영 그리고 관리감독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관리감독이 불가능한 구조다.
즉 핵발전은 국토위에 사는 모든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치명적인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핵발전 과정 전반에 걸쳐 직접적인 결정권내지 승인권 혹은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데 큰 문제가 있다.
현재 핵발전에 대해 국민이 보유하고 있는 수단은 5년마다 대통령선거를 통해 행정부의 수반을 선출하는 방법이나 4년마다 있는 국회의원선거로 이는 간접적이고 정치적인 장치에 불과하다. 지자체선거가 있기는 하나 삼척에서 보는 바와 같이 중앙정부의 일방적 정책추진을 마땅히 제어할 방법이 없다.
또 참여민주주의자들은 대의민주주의제로는 일반 대중이 정치 경제 및 사회활동에 있어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낮아진다고 보고 있다. 그들은 생계를 유기하기 위해 항상 바쁘기 때문에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정책결정에 참여하려면 엘리트층 사람들과는 달리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의민주제로는 계층간의 참여기회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주권자의 의사가 고르게 정책에 반영될 수 없다. 따라서 민주주의가 실현되려면 대의민주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많은 주권자들이 정책결정의 참여과정에서 소외되는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제1장 핵발전에 대한 국민의 동의가 먼저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유명한 칼카르 판결(1978)에서 다음과 같이 결정했다. “원자력발전소의 설치와 같은 국가사회공동체 내에서 극단의 갈등요소가 존재하는 근본적인 결정은 전적으로 입법자인 의회의 몫으로 특히 기본권실현의 영역에서 국가 전체적인 규율의 필요성을 감안해 모든 본질적인 결정을 스스로 해야 한다.”
즉, 핵에너지의 이용이 인간의 생명과 안전에 미치는 절대적 영향 그리고 그것의 개연성과 인권의 규범적 가치 및 민주주의 자기결정 이념에 비춰 핵에너지의 이용 자체에 관한 결정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것이다.
핵발전 사고는 국민전체의 생명과 민족의 명운을 좌우한다. 여타 사고와는 명백히 구분된다. 핵발전에 대한 국민의 간섭과 감시는 핵발전승인, 핵발전소입지, 전기송전, 핵발전소운영감시, 수명연장, 핵폐기물처리, 핵발전소폐쇄 등 핵발전 과정의 모든 영역에서 이루어짐이 마땅하다. 이와 관련된 헌법의 관련조항을 보면, 헌법 “제1조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여기서 필자는 헌법 제10조와 같은 기본적 인권이 보장되려면 핵발전과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헌법 제1조의 국민주권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즉 기본권을 지키는 것은 국민주권이다.
홍성방(2012)에 의하면, 핵에너지의 평화적 사용과 관련해 특히 문제되는 기본권으로는 생명과 신체의 안전성, 자유권 중에서도 특히 공포로부터의 자유, 재산권, 환경권 및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들 수 있다고 본다. 헌법의 기본원리는 민주주의원리, 법치국가원리, 평화국가원리이다. 이 가운데 1)민주주의원리와 관련해서는 핵시설의 건설·운영과 관련해 시민참여의 확대가 중요하다. 2)법치국가원리와 관련해서는 절차와 신뢰보호 및 기본권보장이 문제된다. 3)평화국가원리와 관련해서는 국제협력이 특히 문제된다. 핵에너지의 평화적 사용으로 침해될 수 있는 기본권은 생명권과 신체의 완전성, 공포로부터의 자유, 재산권, 미래세대의 기본권이다. 국가는 헌법상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이러한 국가의 보호 의무는 기술상의 위험, 특히 핵발전소의 건설·운영으로 말미암은 기본권 침해에도 해당된다.
이상의 검토를 통해볼 때, 핵발전에 관련된 영역은 1)상황에 관한 것과 2)권력주체에 관한 것, 이 두가지가 씨줄과 날줄로 구성돼 있다고 할만하다. 필자는 이 두가지 모두에 국민주권의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즉, 첫째 모든 상황에 대해서 국민주권의 개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들은 핵발전의 최초의 승인·입지부터 운영·감시, 해체·폐기의 의도적 상황과 재난과 같은 비의도적 상황이다. 그리고 둘째 모든 단위의 권력주체(국제적 권력주체, 행정부, 국회, 지자체)에서 국민주권의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하나하나 검토해본다.
1. 핵발전에 대한 민주적 정당성의 문제
승인문제
핵발전은 그 존재 자체가 민주적 정당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핵발전은 유사시 그 파괴력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 출발 자체가 국민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당대 국민 뿐만 아니라 후세대의 건강과 생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민동의의 방식을 국민투표 등과 같이 직접 결정하게 하거나 혹은 정치적으로 이와 유사한 동의정과정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와 관련해 단 한번도 국민의 의사를 물어본 적이 없다. 세계의 모든 핵발전이 그렇게 출발했던 것처럼 핵발전을 활용한 핵무기의 보유가 핵발전 설치의 애당초 목적이었기 때문에 이승만 정권은 물론 핵발전이 본격적으로 건설하기 시작했던 박정희 정권은 이 과정을 무시했던 것이다.
과거 핵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던 당시에도 그리고 핵발전소 운영의 안전문제를 놓고 정부조직을 바꾸는 문제에 대해서 논란을 벌이는 현재에도 정부는 핵발전소 건설계획을 추진하는 데에만 총력을 기울일 뿐이다.
최근 국민이 직접 핵발전 정책을 결정할 수 있도록 헌법에 국민발의와 국민소환 등 직접민주주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녹색당의 하승수 공동위원장).
하 위원장은 “지금까지 한국의 핵발전 정책에 민주주의는 없었다. 에너지정책과 관련해 국민 의견을 물은 적 없다. 삼척 주민들이 주민투표를 통해 직접 핵발전소 유치반대를 결정했지만 정부는 그 결과를 무시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라면 핵발전 확대정책이 폐기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헌법으로는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 주체는 대통령뿐이다. 헌법 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핵발전에 관한 국민투표 여부는 논란이 되고 있다.
하 위원장은 “국민발의제가 도입돼야 핵발전 문제를 두고 국민투표를 추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며 스위스와 같은 형태의 국민발의제도의 도입을 제안했다. 스위스 헌법은 국민 10만명이 서명을 하면 국민투표 실시가 가능하다. 만약 개헌이 무산된다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탈핵을 선거의 핵심쟁점으로 삼아 ‘탈핵정치 합의’를 이뤄내자는 제안도 덧붙여졌다.
선진국에서는 핵발전에 대한 국민의 승인 여부를 국민투표나 선거를 통한 간접승인 방식을 통해 확인해 왔다. 이와 관련해 이탈리아의 경위와 조치는 주목할 만하다. 이탈리아에서 2012년 치러진 원자력발전소 재가동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반대가 90% 이상을 기록했다.
유럽에서 가장 지진·화산활동이 활발한 국가 가운데 하나인 이탈리아에서는 평소 핵발전 반대 여론이 60% 내외였으나 후쿠시마 사태 이후 90%까지 치솟았고 이런 여론 추이가 그대로 투표로 반영된 셈이다.
오스트리아의 과거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1970년대의 일이지만 핵발전소 가동여부를 국민투표에 붙인 결과 반대가 51%여서 시설을 완공해놓고도 가동을 포기한 사례가 있다.
입지문제
핵발전소 핵폐기물처리장 등 핵시설의 입지는 가장 사회적 갈등이 심한 영역이다. 시설이 입지하는 장소의 위험성의 상대적 크기에 대해 어느 범위까지를 기준으로 할 것인가? 영향을 미치는 범위는 사고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치명적인 범위라면 가깝게는 수십킬로미터에서 멀리는 수백킬로미터의 범위까지 나쁜 영향을 미치므로 주민의 범위를 간단히 정의할 수 없다. 현행법에서 정하는 ‘동의가 필요한 주민의 범위’는 그 과학적 기준이 애매모호하다.
김제남 의원(정의당,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은 2014년 6월 신규원전을 건설하거나 수명연장을 신청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의 주변지역인 부산과 울산 등의 자치단체장이 노후원전 폐쇄를 공약을 하였지만 기대만큼 노후원전의 폐쇄를 둘러싼 논의는 활발하지 못했다.
이 개정안에는 원자력발전소를 건설·운영허가시에 방사성폐기물의 처리·처분방법 및 해체에 소요되는 인력과 재원의 확보방안 등을 포함한 사전해체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 노심의 손상 또는 용융과 같은 중대사고를 포함한 환경영향의 예측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도록 하고 원전을 건설하거나 수명연장을 신청할 경우 주민 의견수렴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동의를 받아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모두 동의할만한 것들이다.
송전문제
밀양 송전선로문제를 이해하려면 몇 가지 핵심적인 진실을 알 필요가 있다. 첫째, 765kV 송전선로는 우리가 흔히 보는 154kV 송전선로보다 18배나 많은 전기를 보내는 초고압 송전선로이다. 따라서 그로부터 나오는 전자파도 엄청나다. 높이가 140미터에 달하기 때문에 경관이나 환경에 주는 부담도 크다.
둘째, 이런 765kV 송전선로가 밀양 구간에서는 마을들에 너무 가깝게 지나가고 논밭위로 지나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밀양 주민들이 입게 되는 피해는 엄청나다. 전자파 때문에 사람이 안심하고 살 수도 없고 농사도 지을 수 없으며 부근의 땅들은 재산가치도 없게 된다.
그런데 보상은 송전선로 부근의 매우 협소한 범위로 제한돼 있어 있다. 한전이 보상을 비현실적으로 하는 이유는 제대로 보상을 하면 765kV 송전선로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가서 그 자체로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골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피해를 강요하는 불의不義한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정부와 한전이 동네를 파괴하고 재산을 강탈한다’고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또 하나는 전기의 송전에 관한 문제다. 전기를 생산하는 장소와 소비하는 장소가 다르다. 중앙집중식 생산방식에 의해 입지조건을 다투는 곳에서 생산을 한 후에 소비하는 곳에 송전을 하다보니 효율을 따지게 되고 필연적으로 고압선을 추구하게 된다. 이 고압선이 지나는 지역은 환경파괴 생명파괴의 후유증에 시달린다. 경유지역의 주민의 반발은 당연하다. 보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대두된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