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핵발전 감시기구 설치해야 한다”
“국회에 핵발전 감시기구 설치해야 한다”
  • 영광21
  • 승인 2015.01.2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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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전위험 감시체제의 근본문제와 개편방향 ②

체계적 핵재난 위기관리시스템·획기적인 핵발전소 감시방법 필요

지금까지 일어난 세계의 3대 핵발전사고는 감시체제의 부실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사고위험에 대한 감시의 책임은 누가 지는가? 행정부가 건설·운영·감시를 도맡아 하는 것은 이상하다. 권한과 책임이 한쪽으로 쏠려 있기 때문이다. 소위 핵마피아가 중심이 돼 핵발전소의 건설과 운영 그리고 관리감독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관리감독이 불가능한 구조다.
수명이 다한 핵발전소의 연장과 가동중단의 요구라는 대립적 가치에 대한 국민주권적 개입이 필수적이다. 수명을 연장할수록 이득을 보는 집단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책임은 지지 않는다. 수명관련 기술한계를 행정적으로 임의로 규정하는 것은 곤란한 일이지만 기술부문 자체의 초기조건에 제시된 기준은 존중돼야 하므로 그 기준을 넘어선 수명연장은 행정과 정책상의 준엄한 기준이 된다.

수명이 연장된 이후 발생하는 사고의 책임은 누가 지는가? 핵발전소의 문제의 본질의 하나는 이익을 향유하는 집단, 세력과 피해를 입게 되는 불특정대다수의 사람들이 다르다는 데 있다. 이러한 모든 사실이 핵발전소의 민주적 정통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소위 ‘핵마피아’라고 일컬어지는 핵발전소 동조세력은 크게 보아 정부관료, 산업계 그리고 학계 인사로 구성돼 있다. 관료는 국가가 산업화 경제발전의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는 주체이다. 정부관료들은 사회문제를 관리·기술적 문제로 접근함으로써 시민들이 하는 정치참여의 불확실성으로부터 정책과정이나 정부를 격리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들은 서로 단단한 인맥을 형성하고 핵산업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익들을 배타적으로 향유해 오고 있다. 그들이 하나의 특수이익집단을 결성하고 정부의 핵 정책과정을 독점하면서 핵 이외의 다른 대안적 에너지정책의 접근을 봉쇄하고 합리적 국가 에너지정책 변화를 방해하고 있다.

이는 재벌기업이 정부정책과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관료와 정부기구를 포획하고 시장을 지배하면서 자유경쟁을 막고 정부와 정치권에 깊숙이 그 세력을 침투시켜놓고 효과적으로 정부의 감독과 규제를 벗어나 있는 ‘철의 삼각’과 비슷한 모양새를 보인다. 국가관료는 산업화나 경제발전이라는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으로써 그들은 법이나 규칙의 제정을 통하여 관료적 권위를 확립하고 이익을 확대해 나간다.

국민적 동의 필요한 핵폐기물 처리
폐기에 따른 책임문제도 국민주권적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핵발전소문제에서 가장 대처하기 곤란한 것은 핵발전소 사후처리와 핵폐기물 처리문제이다. 핵발전소 안전의 핵심은 핵폐기물이다. 한국은 우여곡절 끝에 경주에 방폐장을 짓는 것으로 결정했지만 이는 중·저준위 폐기물 보관시설이다. 고준위 핵폐기물을 보관하는 시설은 없다. 하지만 이런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방법은 개발되지 못했다. 특히 폐연료봉의 경우 핵발전소 내 저장수조나 건식저장고에 쌓아놓는 게 고작이다.
처리방법 결정이 늦어지고 기술 개발을 기대하는 사이 보관시설은 포화 직전까지 몰려 있다. 한국은 매년 경수로에서 687t의 사용후 핵연료가 쌓인다. 누적량은 이미 1만t을 넘어섰다. 한국 핵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용량은 2016년부터 고리핵발전소를 시작으로 포화상태에 이른다.

핵발전소의 수명은 대략 40년이다. 핵발전소는 수명이 다한 후에도 운전기간 동안 발생한 방사성물질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로부터 사람과 주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한 조치를 강구해야 하는데 이 조치를 핵발전소의 사후처리라고 한다. 핵발전소의 경제성을 따지기 위해서는 특히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처리비용과 수명이 다한 핵발전소의 해체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또 우리나라는 상업용 원자로의 해체공법, 폐기물 분류기준 등이 마련돼 있지 않으며 고리1호기 등 초창기 핵발전소는 해외 건설업체에 의해 건설돼 해체과정에서 추가적인 비용과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핵폐기물 대책은 이론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시대의 가장 중대한 과제다. 시장도 크다. 그러므로 조속한 개입에 의한 정책적 전환을 이뤄 낼 수 있는 부분이다.

재난 위기관리시스템 구축 필요
보편적 위기관리방식만으로는 핵발전 재난의 대응이 어렵다. 우리는 종종 위험이 현대사회에 보편적인 특성이라는 관점에서 보편적인 개념으로서의 위험과 재난관리 개념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보편적인 위험관리가 모든 상황에서의 위험이나 재난을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하지만 핵발전소 사고는 피해규모와 범위는 국토를 넘어 전지구적인 양상을 보인다. 이게 문제다. 특수성을 반영한 위기관리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것이다.
재난은 비의도적 상황이지만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합리적인 대응체계가 있어야 한다. 국민주권은 이에 대한 확실성 있는 근거를 요구할 수 있다.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의 대형 핵사고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이지만 각기 다른 이유로 발생했다.
후쿠시마 핵사고가 커진 것은 재난발생시의 대처에 책임과 권한의 구조가 분명하지 못한 탓이 크다. 도쿄전력이라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잘못된 초동기 대처와 그 의사결정에 의해 상황이 훨씬 악화된 것이다. 이 부분의 책임구조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국민주권의 개입이 필요하다.

핵발전 권력주체들의 권한과 책임
핵발전 사고는 여타사고와 달리 국민전체의 생명과 민족의 영구적 명운을 좌우한다. 이러한 중대성 때문에 국민주권이 소재하는 모든 단위에서 핵발전 감시가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나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현재는 행정부의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만 감시가 이뤄지고 있다. 핵발전 건설을 주도하는 부서에서 감시까지 맡는 것은 이상하다. 자신이 저지른 행위를 스스로 비판하고 감시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핵발전 추진세력은 중앙권력이 강한 곳에 서식한다. 하지만 책임자는 증발하고 안전에 대한 최종책임의 부재상태를 유발한다. 그러므로 모든 단계의 권력소재지에서 감시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국민주권의 원리에 맞다. 권력이 있는 곳에 책임이 소재하도록 하는 것이 헌법정신이다

원안위와 안행부의 문제
현재 원안위가 지난 정부때 대통령 직속의 중앙행정기관으로 있다가 국무총리 산하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 내려와 있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핵에너지 정책의 규제와 진흥을 분리해야 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의 권고를 받아들여 신설한 원안위가 정착도 되기 전에 현정부에서 다시 독립성이 무너졌다.
원안위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며 전체 위원은 위원장과 국회가 절반씩 추천한다고 돼 있다. 이같은 내용의 정부조직법이 통과하자 핵발전소 소재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는 “핵발전소 안전정책이 지난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이전으로 후퇴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형식은 독립성을 유지한 듯 하지만 원안위 위원장의 지휘도 차관급으로 격하됐고 원자력진흥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예속되게 됨에 따라 사실상 핵발전소안전규제의 독립성은 확보하기 어렵게 됐다.

핵발전소 운영을 책임지는 것은 산업통상자원부이고 원자력 연구개발 등 진흥정책을 맡는 미래창조과학부다. 이들 거대 부처와 특히 원자력진흥정책 관련 의결기구인 원자력진흥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무총리 사이에서 원안위가 과연 독립성을 지킬 수 있을까? 또 실질적인 정책집행 기능을 담당하는 한수원과 같은 준공공부문의 조직과 예산에 대해서도 국민의 감시가 이뤄지기 어렵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최고 국정 책임자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뤄지는 정책에 대해서는 사실상 통제가 이뤄지기 힘들다. 외부통제를 거의 받지 않는 부서들로 청와대, 국가정보원도 있다. 즉 권위주의적 행정문화로 인해 관료들의 외부통제에 대한 수용은 매우 낮은 편이다. 이들 기관은 주무관청의 감독과 관리만 받도록 법제화돼 있을 뿐이다.

결국 국민주권적 관점에서 보면 원안위는 핵발전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이러한 중대한 임무를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위원회체제로 운영하는 것도 문제가 있는데 그 위상과 권한도 현 정부에서 현저히 약화된 문제 그리고 규제와 진흥을 동시에 하나의 책임자가 관할하는 모순 등의 3가지 차원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원안위 9인 위원의 임명을 보면 4명은 위원장이 임명하고 4명은 국회가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으며 위원의 자격으로 원자력, 환경, 보건의료, 과학기술, 공공안전, 법률, 인문사회 등 원자력안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관련 분야 인사로 명시해 놨다. 9인 위원 가운데 국회에서 4인을 추천하도록 돼 있는데 실질적으로 핵발전소 소재 지역의 주민편에 서서 일할 사람은 야당 몫인 2인 밖에 없다.
현재 재난관리
의 능력을 갖춘 조직은 안전행정부에 있는데 정착 핵발전사고의 경우 재난관리의 책임은 원안위에 있다는 점이다. 원안위는 정부내 다른 부처나 지방자치단체를 통솔할 능력이 없고 권한도 없다. 조직은 인사권과 재정권이 결부돼 있어야 움직인다. 통상적인 재난은 안행부가 인사권과 재정권을 행사하는 지자체들을 동원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원안위는 그 힘이 없는데다가 힘을 실어주더라도 일상적인 상하관계에 있지 않으므로 유사시의 대처에 있어서 조직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국회내 핵발전 감시기능 둬야
감시가 제대로 되려면 국회내에 핵발전 감시기능을 둬야 한다. 그래야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에 맞다. 이와 관련해서 주목할 부분은 감사원의 역할이다. 감사원의 헌법상 지위는 3종류가 있다. 입법부 소속형, 행정부 소속형, 독립기관형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 감사원은 행정부 소속형이며 회계검사권과 직무감찰권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입법부 소속형 회계검사원제도를 택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영국, 캐나다, 벨기에,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오스트리아, 스페인, 호주 등 영미전통의 유럽국가들이 많고 행정부 소속형은 대개 아시아, 중동, 남미, 아프리카 국가 등 후진국들이 많이 채택하고 있다. 독립기관형은 독일, 프랑스, 일본, 대만 등이 있다.
미국은 의회가 감사원을 관할하고 있다. 대통령 소속 기구인 우리나라 감사원과는 달리 의회의 통제를 받는 미국 감사원의 임무는 의회가 그 헌법적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우리 쟁점의 핵심은 감사원을 대통령 소속하에 두는 것이 감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행정부 소속으로 설치운영되고 있는 감사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국회로 이관하는 것에 대한 논쟁은 오래됐다. 헌정원리상 국회가 스스로의 주어진 권한 행사를 위해서는 감사원의 기능 일부인 회계감사권을 국회로 이전해 국가예산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경우를 고려하면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기능인 직무감찰 권한은 별도로 신설된 독립기구에 두더라도 국가의 세입 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관련된 기능만은 국회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주로 행정부가 될 것이므로 행정부 소속이 아닌 의회 소속기관으로서 감사원이 감사기능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핵발전소 비리는 행정국가의 비대화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고 국정 책임자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뤄지는 정책에 대해서는 사실상 통제가 이뤄지기 힘들다. 외부통제를 거의 받지 않는 부서들로 청와대나 국가정보원도 있다. 즉 권위주의적 행정문화로 인해 관료들의 외부통제에 대한 수용은 매우 낮은 편이다. 또 실질적인 정책집행 기능을 담당하는 한수원과 같은 준공공부문의 조직과 예산에 대해서도 국민의 감시가 이뤄지기 어렵다.
이들 기관은 주무관청의 감독과 관리만 받도록 법제화돼 있을 뿐이다. 시민단체에 의한 감시도 한계가 있다. 재정상의 독립성 결여로 인한 자율성 확보의 문제는 이미 오래됐다. 많은 시민단체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외부 특히 정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는 경우 제대로 된 감시가 이뤄지기 어렵다.
행정국가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도 입법부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행정부 우위경향과 정치불신의 영향으로 입법부의 기능이 매우 약한 편인데 행정권력에 압도된 국회는 자율적 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 적어도 핵발전소의 감시에 있어서는 국회고유의 권한을 회복해야 한다.

획기적 핵발전소 감시 대안 필요
핵발전소를 궁극적으로 폐쇄할 때까지, 이미 가동 중인 핵발전소의 감시를 위한 획기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시점에서 핵발전소 안전문제에 대한 대안을 생각해보면 원자력안전위원회와는 별도로 국회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방안이다.
국회의 입법기능을 보좌하기 위해 국회 내 공식기구로 입법조사처가 있듯이 또 국회의 예산관련 기능을 보좌하기 위해 국회예산정책처가 있듯이, 국회의 국정조사기능을 보좌하기 위해 국정조사처를 신설하고 그 하위에 핵발전소감시국을 설치하는 것이다.
국정운영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 하에 입법부가 행정부와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해야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의원내각제는 물론이고 미국과 같이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국정운영에서 의회가 보다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핵발전소운영을 감시하는데 있어 더 이상 행정부에만 그 역할을 맡길 수 없다. 이제는 국회가 나설 때가 됐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행정부가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쥐는 것은 불가피할지 모르나 의회가 모든 정책에 대해서 조사하고 검토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해야 한다.
이 국회 내의 핵발전소감시국은 앞서 이야기한 국민주권이 개입돼야 할 상황 모두에 걸쳐 대의민주주의의 역할을 충실히 해 정부를 감시할 권한을 가짐과 동시에 책임도 부과시키는 장치가 될 것이다. 그래야 헌법정신에 걸맞는 권력구조상의 균형이 잡힌다. 국민주권에 의한 의사결정의 과정이 보장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성 로(안동대 교수) / 이 원 영(수원대 교수)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