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후 평범한 일상 속에 즐거움을 느끼다
귀농후 평범한 일상 속에 즐거움을 느끼다
  • 영광21
  • 승인 2015.02.2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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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염산면 임시창·강정숙씨

마을 뒤로는 그리 높지 않은 산이, 앞에는 잔잔한 저수지가 있어서인지 엄마 품처럼 아늑하게 느껴지는 염산면 상계리 봉서마을.
4년전 도시생활을 등지고 이 마을에 새 터전을 꾸린 임시창·강정숙씨 부부는 오늘도 평범한 일상 속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아침에 일어나서 작물에 물주고 배고프면 밥 먹고, 또 피곤하면 한숨 잘 수 있고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말하는 남편 임시창(64)씨의 고향은 대마면, 아내 강정숙(63)씨의 고향은 전북 고창이다.
이들 부부는 경기도 안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도중 주변인의 중매로 만나 38년째 부부의 연을 이어가고 있다. 부부가 귀농을 결심한 것은 직장 퇴직 후 40년간 시간과 공간의 틀에 묶여 살던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도시를 탈출한 귀농인의 정착기
“정말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이게 아닌데 출근하고 퇴근하고 그냥 반복적인 기계라는 기분이 들었어요”라는 남편 임씨의 말에 부인 강씨도 “딸 4명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았던 것 같아요. 뒤를 돌아보니 남편과의 시간이 너무 없었던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문뜩 들었어요”라고 거든다.
하지만 부부의 생각보다 귀농생활이 쉽지만은 않았다. 고향에 돌아왔다는 기쁨도 컸지만 몇십년만에 돌아온 고향은 생각과는 조금 달랐던 것.
남편 임씨는 “귀농인이 처음 마을에 정착해 주민들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친하게 지내기는 누구에게나 힘든 일인 것 같아요. 도시와 농촌은 생활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먼저 마음의 문을 열지 않으면 안돼요”라며 “그런데 마을이장께서 각종 마을행사에 불러주고 품앗이도 해주는 등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게 도와줬죠”라고 고마움을 전한다.

정직한 땀방울, 결실의 기쁨
그 덕분에 모든 마을주민들이 농사에 서툰 부부를 도와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나서 많은 조언을 해준다. 또 귀농 첫해부터 시작한 염산농악대 활동을 통해 마을주민은 물론 지역주민들과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다.
현재 부부는 감나무 120그루를 비롯해 고구마, 콩, 배추, 고추, 대추 등 여러가지 농작물을 키우며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제철마다 각종 농산물을 수확하는 소소한 재미가 있어 더욱 행복하다.
부인 강씨는 “도시생활을 할 때는 마트에 가서 카트에 담으면 살 수 있었던 농작물들이 이렇게 키우기 힘든 건 줄 몰랐어요”라고 웃는다.
귀농 첫해 키운 농작물들이 대부분 수확에 실패하는 아픔도 겪었다. 시골에서 자랐지만 일찍 도시로 간 덕(?)에 농사경험이 없었기 때문.
남편 임씨는 “씨만 뿌리면 쑥쑥 클 줄 알았지. 자식 키우는 것만큼 정성을 다해야하는 일이란 건 몰랐죠”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 다르다. 애지중지 키운 감을 지난해에는 50박스를 팔고 나머지는 도시에 사는 딸들에게 보내줬다. 정직하게 땀방울을 흘려가며 키운 농작물을 볼 때마다 결실의 기쁨과 뿌듯함을 느낀다. 농사에 자신감이 생긴 부부는 앞으로 여러가지 농작물을 키워 자급자족 하는 것이 목표다.
아담한 봉서마을에서 오늘도 부부는 평범한 일상 속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