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4년만에 영광사람 다 된 서울댁네!
귀농 4년만에 영광사람 다 된 서울댁네!
  • 영광21
  • 승인 2015.03.0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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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동이 떠오를 때면 강아지 토토와 고양이 삐삐가 나란히 앉아 일출을 감상하는 곳, 한낮에는 멋들어진 소나무에 걸린 파란하늘이 눈을 즐겁게 하는 곳, 고된 일을 마치고 귀가 할 때면 하얀 백구들이 반갑게 맞아주는 곳, 영광읍 연성리에서 새 삶을 일궈나가는 최규성(59)·김영숙(54)씨 부부의 집이다.
“영광에 사는 아는 후배네 집에 놀러왔는데 소나무에는 백로가 앉아있고 일몰도 너무 예뻐서 풍경에 홀딱 반했어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당시에 갖고 있던 15만원을 털어서 빈집을 계약했고 다음 달에 귀농을 했죠.”

지금은 목가적 풍경을 뽐내며 농촌의 모습으로 전혀 손색이 없고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을 법한 부부의 집이지만 처음 귀농했을 때는 힘든 일도 많았다. 서울로 다시 돌아가려던 부부를 붙든 건 “영광에 살려고 왔으면 잘 살다 가야지”라며 집 지을 땅을 소개시켜준 마을이장이었다.
힘들게 집터를 구한 부부는 직접 벽돌을 쌓아 집을 지었고 그때서야 마을주민들도 마음을 열고 부부를 이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남편 규성씨의 고향은 전북 부안, 아내 영숙씨는 전형적인 서울토박이인지라 처음 접한 농사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유난히 많다.

좌충우돌 농사 입문기
영숙씨는 “배추값이 엄청 비쌌을 때 마침 텃밭에 배추를 처음 재배했어요. 그런데 달팽이가 생겨서 하루하루 배춧잎에 구멍이 생기는 거예요. 그 때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저녁에 남편이랑 불 켜고 배추 잎에 붙은 달팽이를 한마리 한마리 잡았어요. 그런데 어느날 집에 놀러온 친척들이 배추가 좋다고 전부 뽑아가 버려서 정작 우리는 배추를 사서 김장했다니까요”라며 웃음을 터트린다.
또 자색무를 심었다가 판로가 없어 고민한 이야기, 전지가위로 고추를 따다 지나가던 마을사람들에게 놀림을 받았던 이야기 등 좌충우돌 부부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하지만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그런 어려움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신들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요즘은 양파즙, 고추, 호박고구마, 청국장 가루 등을 지인 등에게 판매하고 있다. 만드는 방법은 마을 어른이나 인터넷을 통해 배웠다고 한다.
“요만큼 작은 씨앗이 자라서 식물이 되고 열매를 맺고 그러는 것이 얼마나 경이로워요~”라며 농사에 애정을 드러내는 부부. 농작물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에 지금껏 힘들어도 웃으며 지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어느새 동네 며느리가 된 서울덕
농사를 잘 몰라도 열심히 일하고 모든 마을 어르신을 아버님, 어머님이라 부르며 공경하며 살기를 3년. 붙임성 좋고 서글서글한 아내 영숙씨는 연성2리 성동마을의 동네며느리가 됐다.
덕분에 마을 어르신들은 아직 팔팔하게 젊은 그녀를 마을노인회 총무로 앉혔다. 명절 전에 어르신들을 읍내 목욕탕에 모셔다 드리기도 하고 남은 농작물을 지인들에게 대신 팔아주기도 하는 그녀를 ‘서울덕’이라며 친근하게 부르기도 한다. 동네며느리를 자처한 그녀의 모습도 더 없이 행복해 보인다.
“여기서 지내다가 서울에 가면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서 하루도 못 있고 내려와요”라며 웃는 부부는 영광사람보다 더 영광사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