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핵발전소가 독일에서 배워야 할 것들
우리 핵발전소가 독일에서 배워야 할 것들
  • 영광21
  • 승인 2015.03.1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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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다임러의 최첨단 연구개발은 슈투트가르트 시내 주택가 한적한 건물에서 이뤄진다. 이 연구소 벽에는 온갖 독창적인 생각들이 전시돼 있다. 선진기술부서에는 다양한 정보기술을 구사해 항공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예방적 사고방식으로 신기술 안전대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여태까지 중점을 둔 연구는 ‘충돌 시 안전’이었지만 지금부터는 ‘충돌 전 안전’으로 옮아가고 있다. 미래의 자동차사회는 충돌사고도 제로이고 대기오염도 제로라는 것.
승용차와 대형차가 같이 하는 현재의 고속도로에서는 충돌안전기술만으로 막을 수 없는 사고도 많다. 이런 이유로 승용차에서 탑승자를 보호하기 위한 종래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뿐 아니라 사고에 대비하는 무한 안전기술을 보급시켰다. 다양한 감지기로 사고를 예견해 만일의 충돌에 대비해 구속장치 효과를 높인다는 사고방식이다.

원자력계도 이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미래의 원자력사회는 중대사고도, 환경오염도 제로여야 할 것이다. 탈원전 길목에서 지렛대 노릇을 할거라면 ‘안핵安核’을 해야 할 것이다. 그 이후에 탈핵으로 가는 것이 순서다.
경수로와 중수로가 같이 하는 월성의 발전본부에서 완화기술만으로 막을 수 없는 사고가 있을 것이다. 원전에선 현장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종래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뿐 아니라 사고에 대비하는 예단적 안전기술도 증강해야 한다. 다양한 계측기로 사고를 예견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안전설비 효과를 높여야 한다.

2011년 3월11일에 후쿠시마원전에서 사고가 나자 가장 빠르게 반응한 나라는 독일이었다. 당시 가동중이던 원전 17기중 오래된 8기를 그해 6월 폐쇄했다. 당장 안전에 별문제가 없는 9기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영구정지하기로 했다. 국내와는 대조적이다. 독일은 어떻게 탈원전을 선언할 수 있었을까.
독일은 한때 원자력 대국으로 운영능력 또한 세계최고 수준이다. 그런 독일이 원자력 포기를 선언할 수 있었던 것은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은 원자력이나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량을 꾸준히 늘려 왔다.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에너지전환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단핵을 택한 것이다.
우리는 설계수명 30년을 넘긴 월성1호기 수명연장 여부를 놓고 2년 넘게 시간을 끌었다.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았으니 안 된다는 쪽과 안전성이 확보됐고 경제성까지 충분하니 괜찮다는 쪽이 맞서 결론을 내지 못하다 결국 지난 2월말 2022년까지 운전을 계속하기로 했다. 탈핵이 안 된다면 안핵이 현재로서는 최선이 없는 차선일 수도 있다.
안전은 문화가 되고 철학이어야 한다. 위험요소가 발견되면 멈추고 안전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재가동하지 않아야 한다.
위험요소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으면 아무리 큰 손해가 나더라도 감수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운전석만 안전띠를 하면 되던 30여년 전과 전좌석 안전띠를 해야 하는 지금은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수명연장 신청 후 5년, 운전정지 후 2년 넘게 지루하게 끌어온 과정을 복기해 보면 국내 원전안전의 명암이 확연히 드러난다. 우리나라는 환경단체와 인근 주민은 물론 일부 전문가의 안전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표결로 계속 운전을 결정했다.
반면 월성원전의 종주국인 캐나다는 민의를 경청해서 운전 여부를 결정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5번째로 원전이 많은 나라라는 게 다소 무색해지는 모습이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