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전하는 불갑에서의 달콤한 행복
꿀벌이 전하는 불갑에서의 달콤한 행복
  • 영광21
  • 승인 2015.03.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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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 불갑면 박재현·권욱북씨 부부

마당을 품은 아담한 집 한채. 황금빛 금잔디가 깔린 마당에 닭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늘어선 벌통에는 벌들이 봄을 기다리며 겨울잠을 자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두사람의 흐뭇한 미소가 더해져 한폭의 수채화가 완성된다. 박재현(61)·권욱북(59)씨 부부가 살고 있는 불갑면 부춘리에 있는 욱재당의 모습이다.
욱재당은 부부의 지인이 이곳의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부부의 이름 가운데 글자를 따 지어준 이름이다. 7년전 경치가 아름다운 불갑사 주변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찾은 이곳에서 부부는 벌과 함께 달콤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운명처럼 양봉을 만나다
부부는 귀농 전 불갑사를 자주 찾았다. 불갑사와 경치가 좋아 주변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귀농을 결심했다.
남편 재현씨는 “처음에는 아내가 망설였죠.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같이 하려는 성격이라 영광에 올 수 있었어요. 항상 고맙죠”라며 웃는다.
귀농 후 양봉을 만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5년 전 지인에게 양봉에 대해 듣고 아무 지식 없이 혼자서 공부하며 흥미를 갖게 됐다. 농업기술센터에서 본격적으로 교육을 받고 양봉을 시작하며 삶이 즐겁고 행복해졌다.
재현씨는 “시골에 와서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꿀을 통해 잊혀졌던 지인들을 찾아가고 있다”며 “왕래가 없었던 친구들과도 꿀을 통해 연락이 되고 친구들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도 할 수 있어 양봉을 시작하길 정말 잘한 것 같다”고 흐뭇해 한다.



처음 2통으로 시작한 것이 지금은 120통까지 규모를 늘렸다. 규모가 커진만큼 더 많은 꿀을 수확하지만 한달 사이에 다 팔려버린다고. “우리가 먹을 꿀도 없어요”라고 엄살을 떠는 부부의 모습이 해맑다.
앞으로 판매량이 더 늘어날 것을 대비해 농업기술센터의 e비지니스교육을 듣고 있는 재현씨는 “꿀의 판매로 인한 수익보다 좋은 꿀을 나누고 주변 사람과 교감하는 것이 좋아 자연스럽게 열정을 쏟게 되요”라며 “마을 분들이 가끔 마당에 쌀, 양파 등 농산물을 던져주고 가세요. 가끔 마을 어르신들을 도와드리거나 햇꿀을 나눠드리곤 하는데 이렇게 보답을 하시네요”라고 멋쩍게 웃는다.

“피자, 햄버거가 먹고 싶어요”
귀농 후 양봉을 시작하기 전 2년 동안은 영광에 적응하는데 힘든 점도 있었다. 특히 서울에서는 잘 먹지도 않던 피자와 햄버거가 그렇게 먹고 싶었다고.
아내 욱북씨는 “영광에 가맹점이 없었던 피자와 햄버거가 먹고 싶어 광주까지 찾아가서 둘이서 큰 피자 한판을 다 먹었어요. 어떤 때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우리도 모르게 햄버거 코너에 줄을 서있기도 했고요. ‘여보 우리 왜 이러지’ 하면서 차로 돌아가고 그랬다니까요”라고 웃음을 터뜨린다.
지금 부부는 벌을 키우고 수확의 기쁨을 알아가며 마음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행복을 느끼고 있다.
“텃밭에 깻잎, 상추, 오이 등 작물을 키워서 먹어요. 자고 일어나면 오이가 있고 또 있고 이러는데 얼마나 신통해요”라며 눈을 반짝이던 욱북씨는 “우리는 복받았어요. 그죠?”라며 남편을 바라보고 웃는다.
행복이 넘치는 부부의 모습처럼 욱재당에 흐르는 꿀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고 오래도록 흐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