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부 며느리와 알콩달콩 사는 묘량 최고 어르신
효부 며느리와 알콩달콩 사는 묘량 최고 어르신
  • 영광21
  • 승인 2015.03.2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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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청춘 - 박 판 례 어르신 / 묘량면 삼효리

고즈넉한 정취를 품은 조용한 묘량면 삼효리 몽강마을. 낮은 돌담을 따라 구불구불 좁은 길을 걸어가면 넓은 마당이 있는 아담한 집이 있다. 소녀처럼 쑥스러운 백발의 할머니는 말이 없다. 하지만 아직 청춘임을 과시하듯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걷는 올해 100세의 박판례 할머니. 한 세기의 세월과 삶의 무게를 보란 듯이 이겨낸 할머니는 아직 청춘임이 분명하다.
묘량면의 최고령자인 할머니는 40대 젊은 나이에 지아비를 보내고 하나뿐인 아들도 먼저 보내 며느리 유양례(67)씨와 단 둘이 살고 있다. 다툴 때도 있지만 서로에게 의지하며 친구처럼 때론 모녀처럼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젊은 나이에 혼자가 된 할머니는 혼자서 1남4녀 자식 다섯을 키워냈다. 농사를 지으며 허리 펼 새도 없이 자식 다섯을 반듯하게 길렀다. 자신이 힘들게 아들을 얻어서일까 며느리가 손자를 안겨줬을 때 할머니는 “경사났네. 경사났어”라며 기뻐했다.
며느리 유양례씨는 “팔다리가 쭉쭉 길어서 키도 크겠네”라고 좋아하셨던 할머니의 모습을 추억하며 웃는다. 이제 그 손자가 또 자식을 낳아 증조할머니가 된 박판례 할머니. 그윽한 눈빛에 아들이 있고 손자가 있고 또 손자의 자식도 있다.
지난해 할머니는 많이 아팠다. 뇌경색으로 어지럼증을 겪고 아직 약을 먹고 있다. 하지만 100년의 세월을 이겨낸 힘으로 병마도 이겨낼 것이다. 고기 보다는 채소 위주로 식사를 하고 회관을 다니고 마당을 걸으며 운동도 한다. 또 어려운 이웃을 지나치는 법이 없어 다른 사람의 일에도 손을 걷어 부친다.
할머니의 장수비결은 조용한 삶이다. 활활 타오르는 불이 아닌 은은한 불빛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촛불처럼 할머니는 며느리와 가족들을 오래도록 비추고 있다.

며느리 유씨는 “우리 어머님은 말도 못하게 부지런해. 사람들이 다들 복이라고 하지. 건강하시면 더 좋고”라며 애정을 드러낸다. 며느리가 생겨 할머니의 마음이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는 유씨는 할머니에게 힘이 돼주면서 심적으로 의지도 많이 하고 있다.
이제는 며느리도 허리가 굽고 벌써 손자가 셋이나 있는 할머니가 됐다. 오히려 박판례 할머니보다 더 허리가 굽어 같이 다니면 창피하기도 하다는 유씨. 알콩달콩 지금처럼 오래도록 할머니가 곁에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