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은 공정한 분배시스템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은 공정한 분배시스템
  • 영광21
  • 승인 2015.03.26 15: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전격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가 1%대로 떨어졌다. 이에 최경환 부총리 등 많은 경제 관료들은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미약한 경기회복과 저물가 상황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크게 환영했다. 이처럼 고위 경제관료들중에는 금리만 낮게 유지하면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 사람이 적지 않다.
우리 경제관료들이 흔히 장기불황의 반면교사로 삼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1989년 일본의 버블붕괴를 피상적으로만 보면 금리만 잡으면 된다고 착각하기가 쉽다. 당시 일본정부가 금리를 인상하고 대출 총량을 규제한 직후 경제거품이 붕괴되면서 장기불황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이 장기불황에 빠져든 근본원인은 금리 인상이 아니라 빚더미로 지탱하던 일본경제의 불균형이 이미 임계상태에 다다랐기 때문이었다. 당시 일본경제는 아주 작은 경제여건의 변화만으로도 언제든 붕괴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금리 인상은 경제거품을 터뜨리는 단순한 방아쇠가 됐을 뿐이었다.
2015년의 한국 경제상황도 빚더미로 임계상태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에서 1989년의 일본과 큰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금리만 낮춘다고 해서 최악의 경기불황이 닥쳐오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

기준금리를 낮추고 끝없이 돈을 풀면 당장의 부동산값 하락은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가계소득 감소와 구조적인 청년실업 문제와 같은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모순을 해소하지 않으면 빚더미로 촉발된 우리 경제의 불균형은 더욱 위험한 상태로 치닫게 될 것이다. 더구나 이같은 정책기조가 장기적인 경제회생 계획이 없이 단순히 ‘내 임기만 아니면 된다’는 근시안적인 판단에 기초한 것이라면 더더욱 위험하다.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내다본 미국경제의 회복속도가 다행히(?) 생각보다는 다소 더딘 것으로 나타나 우리가 불황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더 벌게 됐다.

그러나 이미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감소하기 시작한데다 혁신의 속도까지 떨어진 우리 경제가 단순히 저금리정책만으로 회생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 황금같은 시간을 저금리에 취해 낭비한다면 경제관료들의 임기까지라면 몰라도 우리의 미래까지 구원하기는 힘들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대기업에 돈을 몰아주면 경제가 더 빨리 성장하고 그로 인해 대기업의 돈이 넘쳐흐르면 언젠가는 중소기업이나 근로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낙수효과의 신화를 고집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대기업만 돈을 벌고 이를 뒷받침하는 수많은 중소기업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면 어떻게 중소기업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것이며 어떻게 기술개발을 통해 뿌리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몰락한 지금 몇몇 대기업만으로 우리 경제를 지탱하려는 시도는 마치 병참 없는 군대가 승리하기를 기대하는 것처럼 허황된 꿈이나 다름이 없다.
그동안 우리 정부와 대기업들이 간과했던 것은 바로 자신이 노력한 만큼 정당한 몫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공정한 분배시스템이었다. 자신이 노력해도 그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구조에서는 누구도 최선을 다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정한 분배구조는 단순히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는가 하는 문제를 넘어 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이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