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그럽고 인자한 그 모습으로…”
“너그럽고 인자한 그 모습으로…”
  • 박은정
  • 승인 2004.12.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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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의 100세 노인
100세 노인 화내지 않고 낙천적
100세 이상 장수 노인들은 화를 내지 않고 스트레스도 없는 낙천적 삶을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광대 보건복지학부 김종인 교수 논문에 따르면 100세 이상 노인 507명 중 91.3%가 여성들로, 이들의 금연율은 남성보다 4배 가량 높았다. 눈에 띄는 것은 전체 100세 이상 노인 중 87.4%(443명)가 허리둘레 31인치 이하로 가는 편이었으며, 전체적으로 매일 운동을 하는 노인이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노인보다 2.4배 가량 많았다.

또 이들 노인의 90%가 화를 내지 않고 스트레스가 없는 낙천적 성격으로 평가됐으며 이들 중 ‘매일 웃고 산다’고 답한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26배 가량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100살 노인 중 73%가 생선과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했는데, 농촌지역에 거주하면서 된장국을 매일 섭취하고 월 3차례 이하로 육류를 섭취하는 노인의 비중이 높았다.

또 100살 노인은 남성보다 여성, 정신노동보다 육체노동자, 도시보다 농촌에 사는 사람이 압도적이었고 이들 대부분 경제수준이 중하위계층(95%)이지만, 식생활은 소식(87%)과 채식(73%)이 많았다. 이번 연구결과를 볼 때 100살 이상 사는 장수요인은 항상 실천할 수 있는 후천적인 생활요인들과 가급적 낙천적으로 살면서 매일 10분 이상 운동과 금연을 실천하는 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광 지역에도 100세를 넘긴 노인이 몇 분 있다. 군청 사회복지과에서 조사된 바로는 현재 4분이 살고 있고 모두 건강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중 두 노인을 만났고 이들도 위에서 조사한 바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생활습관을 지키고 있었다.

박래춘 / 군서면 남죽리

“새해엔 너희들 건강을 잘 챙기도록 해라”

영광에서 군서쪽으로 가다 면소재지를 조금 못 가 가스창고 뒷길을 따라 올라 막다른 곳에
서 만난 박래춘 할아버지는 올해 102세.“어서 오시죠”라며 문밖으로 마중을 나온 그의 아들도 70세를 넘어 80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뒤를 이어 따라나온 며느리도 70대 중반의 나이였지만 그래도 가족 중에 가장 건강해보였다.

“우리 시아버지는 귀가 잘 안 들리니까 큰소리로 말해”라며 할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향하는 며느리를 따라 간 곳. 그곳에서 마주한 박래춘 할아버지. 그의 모습은 100세를 넘긴 노인 같지 않은 밝은 모습으로 반갑게 맞이했다. 하지만 그와의 대화는 그의 아들 며느리의 통역이 없이는 불가능했다.

“할아버지는 어떤 음식을 잘 드신데요”라는 질문에 그의 며느리는 “우리 시아버지는 일년내내 호박에다 새우젖을 넣고 볶은 반찬과 돼지껍데기를 푹 삶은 것만 있으면 언제나 식사를 잘 드신다”며 “고기는 젊어서부터 많이 드시지 않았고 음식은 항상 적게 드셨다”라고 시아버지의 식사습관을 알려줬다.

그는 또 “아직도 은행 일은 당신이 직접 가서 보시고 있다”며 “혼자서 멀리 가시지는 못해도 가까운 거리는 다니시며 가벼운 운동을 하시고 지난해에는 부산에 있는 손주에게도 다녀오셨다”고 시아버지의 건강함을 밝혔다. 박래춘 할아버지는 4남4녀의 자녀를 두고 있으며 손주 증손주 고손주까지 모두 50여명의 자손을 두고 있다.

아들 딸을 포함해 손주까지 모두 안정되고 바른생활을 하며 가정의 화목을 지키고 있다. 박래춘 할아버지댁은 영광박씨 종가집으로서 대를 이어 가문을 이끌어 가고 있었다. 한 세기를 넘게 살아온 박래춘 할아버지. 그는 아들과 며느리의 정성스런 공양을 받으며 흐뭇한 행복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강나순 / 영광읍 남천리

“늘 챙겨주는 마을 사람들이 고마워”

고창 성송이 고향인 강나순 할머니. 그는 올해 106세가 되는 영광의 최고령자이다. 그는 16살에 결혼해 딸 하나를 두고 있었고 36살에 남편을 잃고 70년을 혼자서 살고 있다. 혼자된 그는 영광읍 남천리에 위치하고 있는 성명사절로 와 생활하며 주지스님의 수발을 들고 절을 찾는 신도들을 챙기며 지금껏 그곳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강 할머니도 청력이 안좋아 마을에서 그를 오랫동안 돌보고 있는 주민의 도움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의 딸은 이미 오래전 세상을 떠났고 사위만 남아서 그를 찾아오고 있다. “매일 나 먹으라고 밥도 가져오고 고기도 가져오는데 먹을 수가 있어야지”라며 말문을 연 강 할머니는 “얼마 전에는 우리 집을 고쳐준다고 군청에서도 나왔다 갔다”고 주변의 고마움을 털어놓았다.

“조금 전에도 손녀가 와 나 먹으라고 된장국을 한 솥 끊여놓고 갔다”며 식사를 하고 있는 그는 106세의 나이가 믿겨지지 않는 깨끗하고 고운 모습이었다. 그를 어렸을적부터 봐왔다는 마을 주민인 편용성씨는 “강 할머니는 타고난 성품이 온순하고 착해 무엇이든 나누려 했다”며 “남하고도 잘 다투는 성격이 아니고 언제나 양보를 하며 먼저 베풀며 조용하고 겸손하게 살아왔다”고 그의 인생을 전했다.

그는 또 “강 할머니 집에는 많지 않은 자손들이지만 그들이 틈틈이 할머니를 찾아와 안부
를 살피고 있다”고 했다. 강 할머니는 지금도 직접 밥을 하고 간단한 반찬은 손수 만들어 식사를 하고 있다. 작은방에서 작은 TV를 보며 연속극의 내용을 주민들과 이야기하고 있는 강 할머니의 건강함.

그리고 옛 일들을 하나도 잊지 않고 있는 그의 총총한 기억력까지 모든 것이 참 놀라운 만남이었다. 가족이 있다해도 혼자 지내기를 고집하고 있는 강 할머니. 약간씩 밖으로 거동을 한다고는 해도 활동이 그다지 자유롭지 못한 그에게 우리는 세심한 관심의 눈길을 멀리하지 않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