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청춘 - 전 순 례 어르신 / 군서면 만곡리

군서면의 만곡리에서 만난 전순례(92) 어르신은 아름드리 나무보다 큰 생명력을 작은 몸에 감추고 다시 찾아올 봄을 기다리고 있다.
“교회가는게 낙이여. 수요일, 금요일, 일요일 안거르고 꼬박꼬박 다녀”라며 웃는 전 어르신은 우리 젊은 사람보다 열정이 넘친다. 날마다 찾아오는 아들 내외와 저녁이면 전화로 안부를 전하는 손자가 있어 사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두아들과 남편을 먼저 보낸 할머니지만 소중한 사람들을 마음속 깊이 품고 그들에 대한 추억과 남아있는 가족의 애정으로 새로운 청춘을 보내고 있다.
20살에 시집와서 5남매를 낳아 기른 할머니는 솜씨가 좋아 음식도 잘하고 길쌈도 잘하는 최고의 며느리였다. 친정에서 갖은 재주를 배워와 고된 시집살이가 없었다는 전 어르신은 “시아버지가 글도 잘 쓰고 마을에서 아주 난사람이었어”라며 점잖고 박식했던 시아버지와 인자했던 시어머니를 기억한다.

“우리 아들이 ‘어메 돌아가시면 나 엄청 울거야’라고 말하곤 해. 아들, 며느리들이 다들 잘해줘서 고맙고 예쁘지”라고 말하는 전 어르신의 눈에 소중한 가족들이 한명씩 떠오른다.
가족을 잃은 아픔이 있기에 남은 가족이 더 소중하고 그들의 애정은 전 어르신에게 무엇보다 큰 에너지다. 또 어르신이 있기에 가족들 역시 든든함을 느끼며 살아갈 것이다.
가족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는 어르신은 건강한 에너지를 전해주는 젊은 청춘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가족을 보살피고 보듬어 안는 작지만 강한 나무. 전순례 어르신은 그렇게 인생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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