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로 완성되는 한지공예의 진정한 멋
봉사로 완성되는 한지공예의 진정한 멋
  • 영광21
  • 승인 2015.04.0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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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자<한지공예가>

밥 짓는 소리로 아침을 깨우고 따뜻한 식사에 아침 햇빛을 더해 남편을 출근시킨다. 한가로운 오전을 즐길 새도 없이 이내 자리에 앉아 한지를 비벼 꼬기 시작한다. 한가닥 한가닥 정성스레 꼬다 보면 어느새 수백개의 줄이 만들어지고 이 줄을 하나하나 엮어 바구니의 형상을 잡아간다. 몸이 쑤시고 아파오면 텃밭에 나가 기지개를 켜고 다시 들어와 한지를 손에 드는 한지공예가 김현자(48)씨다.

“8년전 갑작스럽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우울증에 힘들어하던 때 우연히 고창문화복지센터의 한지공예 강좌를 접하게 됐다”는 그녀는 한지공예에 몰두하며 아픔을 씻어가던 중 어머니 연배의 다른 수강생들과 강사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렇게 2년 동안 한지공예를 배우고 어머니 같은 수강생들을 가르치기도 하며 지내다 전남대 평생교육원을 수료하고 한지공예가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김현자씨는 “당시 남편이 교대근무를 하던 때였는데 아침에 퇴근해서 광주로 저를 태워다주고 차에서 쪽잠을 자고는 했어요. 남편이 제 후원자에요”라고 웃는다.

홍농초등학교에서 2년간 학부모들에게 한지공예를 가르치기도 했다는 그녀는 지금 2년째 영광효사랑노인복지센터에서 재능기부로 어르신들에게 한지공예를 가르치고 있다. 한지공예를 통해 밝아지고 건강해지는 어르신들을 보며 봉사의 재미를 알게 됐다는 그녀는 “어르신들이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우울해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한지공예로 마음을 달래더라고요. 그럴 때 보람을 느껴요”라고 말한다.
효사랑노인복지센터에서 처음 수업을 시작할 때 어르신들이 익숙한 것부터 시작하고 싶어 문풍지 붙이기를 했다. 어르신들이 생활 속에서 한지를 사용했을 법한 경험을 이용한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반응이 아주 좋았고 한지공예에 재미를 붙이게 됐다.

그녀는 봉사를 하면서도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갔다. 2009년부터 매년 대한민국 신미술대전에서 수상했고 2011년에는 전국한지공예대전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그녀가 만드는 작품은 적게는 2주에서 길게는 6~7개월이 걸려 완성된다. 오랜 시간 정성을 쏟은 만큼 아름답고 일상에서 사용해도 될 만큼 견고하다. 그녀가 하는 봉사도 오랜 시간 꾸준히 계속된 만큼 한지공예품보다 더 아름답고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한지공예는 평생 계속할 것 같아요. 앞으로 더 많은 곳에서 봉사를 하거나 후배를 양성해보고 싶어요.”
그녀의 꿈은 자신보다 타인을 위한 것이다. 아름다운 한지공예품이 보는 이에게 감동을 주듯 봉사를 통해 타인에게 희망을 주는 그녀는 진정한 예술인이 아닐까.
배영선 기자 ygbys@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