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스한 봄 햇살 아래 장난치는 진돗개 백수와 백조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편재천(57)씨를 만났다. 3년째 일군 매실나무와 아로니아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이곳은 그야말로 지상낙원이다. 그에게 지금의 농장부지를 판 마을주민이 공짜로 준 닭 10마리와 백수·백조와 함께 보내는 귀농생활은 꿈처럼 행복하다.
편재천씨는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농장으로 오고 우리 집사람은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어서 광주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해요. 지금 마침 우리 딸내미가 아기를 낳아서 산후조리하러 집에 와있는데 아빠가 자꾸 농장에 가니까 서운해서 입이 쭉 나왔어요. 그런데 어떡해요. 나는 농장에 와서 진돗개 두 마리랑 닭들이랑 노는 것이 더 좋은데”라고 호탕하게 웃는다.
남편 재천씨는 이동통신사 KTF의 설립멤버로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대리점을 개설하면서 10여년간 광주에서 생활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귀농을 결심하게 된 것은 형님동생하며 친하게 지내던 지인이 귀농한 염산에 놀러왔다가 이곳 봉서마을에 한눈에 반해버렸기 때문이다.
재천씨는 “나는 전북 군산이 고향이고 집사람은 충남 당진이 고향이라 영광과는 아무런 연고도 없었어요. 그런데 친한 형님이 염산으로 귀농을 했다고 해서 놀러왔는데 부부가 밭에서 일하는 모습이 밀레의 <만종>을 보는 것처럼 여유롭고 정말 보기 좋은거예요. 그래서 나도 당장 여기에 땅을 샀죠”라고 영광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를 설명한다.
당시만 해도 광주에서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운영하던 그는 매일 아침 새벽 4시에 일어나 염산으로 향했다. 새벽 일찍 나무를 심고 오전 11시쯤이면 대리점 문을 열기위해 다시 광주로 향하길 몇 달,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아내 일섭씨가 먼저 귀농을 제안했다. 그리고 아내의 말이 떨어지기가 바쁘게 영광에 집을 사고 진정한 귀농을 한지도 어느새 4년째가 되고 있다.
재천씨는 “내가 원래 안경을 썼는데 귀농하고서는 안경을 벗었어요. 거짓말처럼 안경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눈이 좋아졌거든요. 그만큼 스트레스도 없고 여유로운 이 생활이 좋다는 뜻이죠”라고 방긋 웃는다.
아직까지 귀농 후에 이렇다 할 수입이 없지만 마냥 행복하다는 재천씨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재천씨는 “나무를 심고 가꾸다 보면 힘들기도 하지만 10년 후의 모습을 상상하면 힘든게 싹 다 사라져요. 나무는 사계절 내내 하루하루 다른 모습을 보여주거든요. 자연은 우리가 보려고 하는 만큼 보여주는 것 같아요. 이 좋은 것을 10년 전에만 시작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니까요”라고 꿈꾸듯 이야기한다.
꿈꾸듯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는 편재천씨에게 거창하지 않은 꿈이 하나 있다. 바로 자신이 아는 사람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이 내어주는 먹거리를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이들 부부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