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와 동고동락하며 꿈꾸는 제2의 인생
약초와 동고동락하며 꿈꾸는 제2의 인생
  • 영광21
  • 승인 2015.04.0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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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 군서면 전영철·이옥순씨 부부

두발이지만 한마음처럼 걸으며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자연을 벗 삼아 자연에게서 얻고 베풀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 최고의 낙이 아닐까.
작은 대나무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하얗게 핀 목련나무가 살랑거리며 반겨주고 아담하게 깔린 잔디 옆으로 핀 노란 수선화 향기가 감도는 군서면 보라리 전영철(73)·이옥순(65)씨 부부의 보금자리를 찾았다.
푸근한 미소와 넉넉한 인심, 여전히 알콩달콩한 부부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영광 총각과 광주 송정리 처녀는 남편의 고향 영광으로 귀촌하기 전까지 서울에 살았다. 남편 영철씨는 공무원, 아내 옥순씨는 미용실을 운영하며 2남1녀의 자녀를 바르게 키워냈다.

늘 먹고 살 걱정, 자식들 걱정으로만 살던 부부는 남편 영철씨의 정년퇴임후 아내가 먼저 귀촌을 하자고 제안해 함께 장흥, 담양, 곡성에서 경상도, 충청도까지 전국 이곳저곳을 돌아 다니다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보고 마음에 들어 결정하고 귀촌을 하게 됐다고.
군서에 터를 잡은지 올해로 3년차에 들어서는 부부는 농촌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스스로를 귀촌인이라고 소개한다.
일반적인 농사는 짓지 않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산으로 들로 약초를 채취하러 다닌다. 채취한 약초는 효소를 담그거나 차로 마시는데 새로운 약초를 발견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라고.

건강을 되찾게 해준 고마운 자연

지금은 채취한 약초를 텃밭에 심어직접 키우기도 한다. 부부의 밭에는 하얀민들레, 원지, 둥굴레, 조뱅이 등 쉽게 접하기 어려운 약초들이 싹을 틔우고 있다. 28년 동안 미용실을 운영하며 늘 바쁜 일에 건강을 챙길 새도 없었던 아내 옥순씨는 “오랫동안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었는데 여기 와서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좋은 공기를 마시고 좋은 것만 먹어서 그런가 봐요”라며 쑥스러운 듯 웃는다.
소일거리 삼아 약초를 이용해 효소를 담그던 부부는 최근 본격적으로 약초공부를 시작했다. 남편 영철씨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을 만큼만 약초를 채취한다는 자신만의 규칙을 정했다. 그는 “작은 씨앗이라도 다시 심어서 자연에게 돌려주려 한다”며 “요즘에는 채취해 온 약초로 술을 한두병 담가놓았다가 가족과 지인들에게 선물하다 보니 나누는 재미까지 더해졌다”고 자랑한다.

배움을 통해 얻은 새로운 삶
귀농이 아닌 귀촌이다 보니 부부에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 하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일상에서 작은 즐거움을 발견하며 사는 부부는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요즘 부부는 농업대학을 다니며 배움을 통해 많은 것을 얻고 있다.
옥순씨는 “선생님이 하라는 데로만 따라하는데 잘한다고 칭찬도 받아요”라고 쑥스럽게 웃는다.
“나이가 조금 젊었다면 많은걸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지금은 그냥 내가 직접 만들어 가족과 이웃들과 나눠먹는 일만으로도 만족하며 살아요”라는 남편 영철씨와 아내 옥순씨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좋은 약초로 만든 차를 여러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작은 소망을 얘기한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작은 것에 감사하며 나눔이 더해진 부부의 즐거운 인생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