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울진과 영광
특별기고-울진과 영광
  • 영광21
  • 승인 2003.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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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핵폐기물처분장 저지 대책위 결성을 바라보며
얼마전 영광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핵폐기물처분장 저지 위한 군민대책위 결성 임박’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었다. 내용은 작년 12월28일자 [울진21닷컴]이라는 지방 언론의 기사 내용이었다.
"1월3일 사회단체 연석회의 통해 발족하기로..."
"정부의 핵폐기물처분장 후보지 선정 결과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이를 막기 위한 울진범군민대책위원회가 구성될 예정이다. 울진군의회와 핵투위 관계자들은 어제(27일) 가진 실무접촉에 이어 오늘(28일) 오전 울진군청 군수실에서 김용수군수와 협의한 끝에 1월3일 울진군의 모든 사회단체 대표들을 초청, 연석회의를 가지기로 했다. 협의 참석자들은 초청장을 발송하는 명의는 군수, 군의회의장, 국회의원 공동으로 한다는 것과 3일 예정된 연석회의를 통해 범군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한편 오늘 회의에서는 군수, 군의회, 국회의원, 도의원, 핵투위 등 5자 연대로 핵 추가 반대를 천명하는 성명서를 빠르면 오늘 중으로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울진은 이미 산자부 및 한수원과 더 이상의 핵관련 시설의 추가 건설은 없다는 약속을 받아낸 바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울진 군민들이 위기 의식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일까? 결국 한수원의 진실성을 믿지 못한다는 결론밖에 얻지 못하겠다.
얼마전 영광군민 대책위에 의해 공개된 한수원의 내부자료에 의하면 울진군은 산자부와 원전 종식 약속을 맺은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02년 7월에 작성된 「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 자율유치 유망지역 입지추진계획」이라는 문서를 보면 울진군의 추진경위에 ‘산자부와 울진군간 원전종식 약속으로 방사성폐기물 시설부지 대상지역에서 제외. 그러나 유치공모 기간 중 근남, 기성면 일부주민이 지자체에 유치를 청원’이라고 정리하고 있다. 나아가 사업추진 제약요인으로 ‘정부가 원자력시설은 추가 않기로 약속, 울진지역에 방폐시설 추진 않기로 서면통보(과기부, 1994), 원자력시설을 추가하지 않기로 약속(산자부, 2000), 정부 및 한수원에서 울진지역 유치 추진시 약속 불이행에 대한 도덕적 비난 및 사업추진 애로 예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함에도 향후 추진 대책으로 ‘당분간은 유치위 스스로 홍보활동을 추진토록 하고, 일정기간 경과 후 지역 반응을 보아가며 회사차원의 지원방안 마련’이라고 계획을 세우고 보다 구체적으로 2002년 하반기에 유치 추진 위원회를 결성하여 3만명 이상의 유치 찬성 서명을 목표로 설정하고 일본 시찰 등의 유치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부와의 약속’이라는 명분을 피하기 위해 주민투표로 유치 신청 여부를 결정케 한다는 고도의 수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즉 아무리 지자체와 정부가 약속을 했다 하더라도 대다수의 주민이 원하고 있지 않느냐는 논리를 앞세우겠다는 뜻이다. 얼마나 많은 돈을 뿌려댈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러니 울진군민들은 분통이 터질 노릇일 거다. 울진 역시 영광과 마찬가지로 원전을 6호기나 떠안고 살고 있다. 아무리 원전의 이익을 설명하지만 그것에 대한 혜택은 대도시와 산업도시가 입을 뿐이다. 결국 지역민에게 남는 것은 방사능과 핵사고의 공포뿐이다. 그런데도 한수원은 끊임없이 울진과 영광을 노린다. ‘기왕 버린 몸’이라는 패배주의적 사고가 심어져 있는 곳이 더욱 공격하기 쉬운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아닐까?
정부와 약속을 받아낸 울진군민마저 위기의식을 느끼는 마당이다. 영광군민 역시 긴장의 끈을 늦추어서는 안될 것이다. 8월 23일 발표한다던 동명기술공단의 용역결과는 10월로 연기되고, 또 12월로 연기되고, 또 연기되어 아직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한수원과 산자부가 발표할 경우 나타날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두려워해서이다. 최근에 산자부장관은 핵폐기장 후보부지 발표를 새로운 당선자와 인수위의 협의를 거쳐 발표할 것이라고 기자회견한 바 있다. 항상 명분은 내세우지만 결국 한수원과 산자부는 진실을 두려워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한해동안 진실과 희망으로 무장하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새로 쓰기 시작했다. 결국 진실이 이길 것이다. 진실되지 못하기에 떳떳하지 못하기에 당당하지 못하기에 그들은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진실을 무기삼아 두 눈 부릅뜨고 한수원과 산자부를 지켜봐야 한다. 금권과 권력에 눈이 멀어 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한다. 그것은 과거적 행태이며 이미 과거의 시대는 끝나버렸다. 새로운 시대가 ‘대망’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곁에 다가오고 있는 이 시점에 핵폐기장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영광군민 역시 울진군민 처럼 다시금 핵폐기장 반대 운동에 불을 지펴야 한다. 감히 한수원과 산자부가 영광군민을 바보로 여기게 해서는 안된다. 영광군민이 그렇게 쉽지 않음을….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