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말을 나누는 세상
밥과 말을 나누는 세상
  • 영광21
  • 승인 2003.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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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입은 살아가기 위해 두가지 커다란 역할을 한다. 그것은 먹는 일과 말하는 일이다. 입을 통해서 들어가는 것이 밥이고, 입을 통해서 나오는 것이 말이다.
밥은 경제활동을 의미하고 말은 정치와 문화를 뜻한다. 사람이 제대로 산다는 것은 결국 밥을 제대로 먹는 일과 말을 제대로 하는 일이라고 하겠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건강함을 누리지 못하고 각종 병폐에 시달린 연유도 알고보면 밥과 말을 제대로 나누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위 '소수독점세력'에 의해 이런 현상을 낳은 것이다. 국내외 독점자본이 밥을 독점한 결과 기층민중의 민생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고, 말을 독점한 결과 억압과 지배가 판을 치는 독재가 생겨나게 되었다.

밥과 말을 제대로 나누는 일이야말로 서로 같이 사는 상생의 길을 열 수 있다. 밥은 알맞게 먹어야 건강한 삶을 누리게 되지 무조건 많이 먹는다고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밥을 많이 먹으면 영양과잉으로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말 또한 마찬가지로 말의 독점은 인간의 천부적인 권리인 자유를 박탈하게 된다. 자유의 박탈은 민주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해가 되어서 불평과 불만을 일으켜 사회를 병들게 한다.

밥과 말의 독점은 물질우선주의의 산실인 백인문명과 깊은 관계가 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최고의 미덕이라고 할 정도로 물질과 이익만을 강조하는 백인문명에 젖어있는 세태와 무관하지 않다.

인간과 인간의 사이, 국가와 국가의 사이, 인간과 자연의 사이를 유기적인 생명적 관계로 보지 않고 지배와 약탈의 관계로만 보는 문명의 논리가 팽배해 있는 세상에서 밥과 말의 독점은 당연한 결과라고 하겠다.
그러한 서구문명을 무조건 선진문명이라 여기고 그 밑에서 머슴살이라도 못해 안달을 하는 흐름이 계속되는 한, 밥과 말의 독점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세상의 병은 더욱 깊어져만 갈 것이다.

약육강식으로 대변되는 자연에서도 절대적 독점은 없다. 즉 생존에 필요한 만큼만 갖는 것이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하지만 유독 인간만이 이런 법칙을 어기며 필요 이상으로 갖기를 원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연의 법칙을 어겼을 때는 거기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뤄야 하는데 그 대가는 죽음인 것이다. 모든 것이 끝난 죽음뒤에 그 어떠한 것이 가치가 있겠는가?
우리는 이성을 가진 인간이기에 파국을 막을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고민을 함께 하여야 한다.

요즘 대통령 선거를 끝내고 세상은 각종 듣기좋은 말로 온통 도배가 되고 있다. 이러한 말의 성찬을 조금만 주의깊게 살펴보면 참말은 거의 없고 거짓말 일색임을 알 수 있다.
말은 제대로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참말을 하여야 한다. 민중의 진실이 담긴 솔직하고 정직한 말이어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만 제대로 된 세상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심히 우려할 정도로 거짓말이 쉽게 남발되고 있다. 특히 정치인들의 입에서 거짓말은 전혀 죄의식이 없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눈앞의 선거를 이기기만 하면 되고, 당장에 처한 위기만 모면하면 된다는 식의 거짓말에 이골이 날 지경이다.

이러한 병은 국민이 고쳐야 한다.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서 반드시 고쳐야 한다. 번드르하고 유식한 말이 아니라 어설프나마 진실이 담긴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그 행동에는 반드시 나눔과 섬김이 들어있어야 한다.

나눔과 섬김의 처방 없이는 이 사회의 고질병을 고칠 수 없다. 상대와 나눌 줄 알고 상대를 섬길 줄 알아야만 건강한 사회가 영위될 수 있다고 하겠다.
박찬석<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