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은 없고 말뿐인 가정의 달 5월
실속은 없고 말뿐인 가정의 달 5월
  • 영광21
  • 승인 2015.05.0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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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5월을 가정의 달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5월을 가정의 달로 기념하는 것은 가톨릭교회가 5월을 ‘성모의 달’로 제정한 것과 관련이 깊다. 5월1일이 ‘노동자의 날’인 것은 가톨릭교회가 5월1일을 노동자 성 요셉 축일로 정한 데서 유래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성 요셉은 예수 그리스도의 양부로 직업이 목수였던 분이다.

5월에 접어든 시점에서 ‘가정의 달’에 관한 글을 쓰고자 한다. 5월 안에는 가정과 관련되는 기념일들이 많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고, 성년의 날과 부부의 날도 있다. 그런데 ‘가정교육의 날’은 없다.
가정과 관련된 5월의 그 모든 기념일들이 사실은 가정교육과 관계되는 날들이긴 하지만 가정교육의 실제성이 살아 있는지는 의문이다. 우리 생활 속에서 가정교육은 사실상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가정교육이라는 말도 듣기가 어렵게 됐다. 가정교육이라는 말을 입에 올렸을 때 “가정교육이 무슨 말인가요?”라고 묻는 아이들을 접했던 경험도 있다. 오늘날 우리 가정들에서 가정교육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너무 독단적인 말일까.

가정교육의 실제도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가정교육이란 말 자체도 거의 쓰이지 않게 됐다. 실제가 없으니 말도 필요 없게 된 상황. 가정교육이란 말 자체도 사어死語가 됐거나 생소하게 들리는 현실이다. 살풍경한 톱니바퀴의 작동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생업에 쫓기는 부모와 학업으로만 내몰리는 자녀들 사이에는 가정교육이 자리할 틈이 없다. 영상매체와 컴퓨터 그리고 스마트폰이 가정교육의 남은 자리를 마저 앗아가 버렸다. 가정교육은 시간과 대화와 여유가 전제돼야 하고 부모의 교양과 모범적 규범이 선행돼야 하는데 가정교육이라는 인식 자체가 거의 사라져 버린 상황이니 그런 것들을 바라기는 더욱 어렵게 됐다.

가정교육은 사소한 예의범절에서부터 사람의 기본적 도리와 품성을 가르치는 것인데 살벌한 생존경쟁 속에서는 양심과 정직을 가르치는 일이 사실은 불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극심한 생존경쟁과 출세주의, 이기주의 따위는 아예 가정교육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정교육은 현대인들의 생활 속에서 더욱 존재하지 않게 됐다.
자녀에 대한 과잉보호와 연관이 있는 일부 학부모들의 교권침해 현상도 같은 맥락이다. 가정교육의 본질을 제대로 모르거나 가정교육에 공을 들이지 않는 부모일수록 자녀에 대한 과잉보호에 열중한다. 그리고 그 열의 때문에 교권침해 문제도 발생한다.
가정교육이 부재하는 상황에서는 그 공백을 학교 교육이 메워야 하는데 학교는 학교대로 학업성적과 시험공부에 치중하다 보니 가정교육 부재 현상과 학교의 인성교육 부재현상은 서로 맞물린 상태로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는 악순환을 거듭한다.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랐거나 가정교육을 등한시하는 부모일수록 교사를 불신하며 교권침해를 자행한다는 말도 있다.

고리타분한 말로 들릴지 모르지만 나와 같은 세대는 엄격한 가정교육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의 밥상머리 교육이 가정교육의 요체였다. ‘한손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쥐고 밥을 먹어서는 안 된다’, ‘밥그릇에 밥풀을 붙여놓고 숟가락을 놓아서는 안된다’ 등 소소한 것에서부터 밥의 소중함과 곡식을 생산하는 농부의 노고에 대한 얘기도 많이 듣고 자랐다. 하늘에 머리를 두고 사는 사람으로서 늘 하늘을 우러르며 살아야 하는 이치를 배웠고 그로 말미암아 자연스레 하늘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