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손주와 함께 하는 노부부의 귀농 이야기
쌍둥이 손주와 함께 하는 노부부의 귀농 이야기
  • 영광21
  • 승인 2015.05.1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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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 군서면 박봉춘·유청심씨 부부

매일 아침 쌍둥이 손주를 챙겨 어린이집에 보내고 늦은 아침을 챙겨먹는 노부부의 하루는 늘 분주하게 시작한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한명도 아닌 쌍둥이 손주를 돌보는 것이 힘들만도 하지만 쌍둥이와 함께 하는 모든 것이 즐겁고 행복하기만 한 노부부.
올해로 귀농한지 7년째를 맞이한 박봉춘(78)·유청심(72)씨 부부의 얘기다. 50여년전 목포총각과 전주아가씨가 만나 결혼해 서울에서 살다가 7년전 군서에 터를 잡았다.
“나는 병원에서 35년간 바느질을 했고 우리 남편은 경기도에 있는 실공장에 다녔어요. 그러다가 막내 시누이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죠. 우리도 나이가 들고 힘들어서 직장도 더 다닐 수 없으니 더 늦기전에 시골에 가서 텃밭이나 가꿔 먹고 살자며 내려왔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서울생활이었기에 미처 건강을 챙기지 못했던 부부. 아내 유청심씨는 어깨인대가 끊어져 한차례 수술을 하고 최근에는 대상포진도 앓았던 터라 여전히 몸상태가 완전히 회복되지 못해 긴 시간동안 일을 할 수 없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맞벌이를 하고 있는 아들부부가 결혼 9년만에 얻은 귀한 쌍둥이 손주를 키우는 재미로 귀농의 또 다른 즐거움을 얻고 있다.

손주들을 위한 귀농생활
쌍둥이가 어린이집에 가고 나면 남편 박봉춘씨는 텃밭에 심어놓은 상추, 민들레, 깨, 아욱 등 직접 심은 채소들을 손질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아내는 밀린 집안일을 하며 남편과 함께 텃밭을 일구며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간다.
서울에 살 때만 해도 자주 아팠던 쌍둥이들은 시골생활을 시작하면서 병원에 한번도 가지 않을 만큼 건강해졌고 무엇보다 인스턴트 음식만 찾던 아이들의 입맛도 변했다.
“우리 손주들이 햄을 그렇게 좋아해서 매일매일 햄만 달라고 했었는데 여기에 와서 이것저것 나물도 먹어보고 하더니 이제는 햄보다 나물을 더 잘 먹어요”라며 웃는 유청심씨.
사랑스런 손주를 위해 과묵하기만 했던 남편 박씨는 지극정성으로 닭을 키우고 있다. 직접 기른 상추를 잘게 썰어 만든 사료를 먹이고 닭이 낳은 신선한 계란은 모두 쌍둥이들의 몫으로 챙겨둔다.

힘들어도 소소한 재미가 있어
도시에서는 눈만 뜨면 회사에 출근해 틀에 박힌 하루를 보냈지만 시골에서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하는 부부.
부부는 직접 심은 고추와 콩으로 메주도 만들고 청국장을 만들어 주변 이웃들과 나눠먹고 있다. 당뇨가 있는 남편을 위해 직접 청국장 가루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아내 유씨는 한 평생 고생만 하던 남편이 먹을거리라도 건강하게 먹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챙긴다.
귀농을 준비할 당시 귀농을 말리던 사촌 시누이도 행복하게 사는 부부의 모습을 보며 “귀농하길 잘했네”라고 얘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귀농하려는 우리에게 늙으면 큰 병원 가까운 곳에서 살아야지 왜 시골로 가느냐며 반대를 했지만 귀농을 안했으면 정말 후회했을 것 같아요.”
부부는 귀한 쌍둥이 손주와 함께 하는 귀농생활이 더없이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