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훈, 진정한 용기는 잘못을 고백하는 것
강기훈, 진정한 용기는 잘못을 고백하는 것
  • 영광21
  • 승인 2015.05.2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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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유서대필사건과 관련해 24년만에 무죄가 확정된 강기훈씨에 대한 재심사건은 한 개인이 누명을 벗었다는 차원을 넘어 검찰의 법 집행과 법원의 판단에 대한 숙제를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기고 있다. 잘못된 결과에 대한 국가 차원의 보상은 당연히 있어야 하겠지만 관련 기관들의 진정성 있는 사과도 반드시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19세기말 프랑스의 유대인 장교 드레퓌스에 대한 간첩 조작 혐의에 빗대 한국판 드레퓌스사건이라고 불리는 강기훈씨 유서대필사건은 우리나라 공안수사의 대표적 증거조작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강기훈씨는 지난 1991년 반정부 활동중 발생한 분신사건과 관련해 유서대필 혐의로 3년간 옥살이를 한 이후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의 재심 권고 결정에 이어 이번에 무죄판결을 받게 됐다. 설사 강 씨가 당시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유서를 대신 쓰지는 않았다는 점은 더 이상 논란거리가 될 수 없게 된 것이다.

당시 유일한 증거라고 할 수 있는 국과수의 초기 감정결과에 대해 모르고 수사를 했던 것인지, 실수로 했던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조작을 한 것인지도 밝혀내야 할 필요성도 있다. 당시 정권의 강압적인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검찰과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이 개인의 일생을 망치는 것은 물론 엄청난 사회적비용을 초래한다는 점에서도 관련기관의 입장 표명이 없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과 법원, 국과수를 비롯한 국가기관들의 사과와 반성과 함께 당시 수사관계자와 책임자들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묻는 방법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 사건뿐 아니라 그동안 여러 차례 드러났던 무리한 공안수사에 대한 반성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은 물론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에도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 아직도 남아 있을지 모르는 공안 조작극의 실체도 밝혀내 또 다른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5월1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을 통해 공개한 이메일에서 강 씨는 “지금 건강이 안 좋다.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건강이 악화돼 지인들과도 연락을 끊고 지방에서 요양을 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지난 14일 대법원 선고 당시에도 강 씨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메일에서 강 씨는 “책임을 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그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법적 절차를 진행할 의사를 피력했다. 이와 관련해 강 씨의 변호인 송상교 변호사는 “구체적인 법적대응 계획을 정한 건 아니다”라며 “우선 가해자들의 반성과 사과를 촉구하는 의미가 큰 걸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1991년 “강기훈이 김기설의 유서를 대신 쓰고 분신자살을 방조했다”고 결론낸 수사부서는 서울지방검찰청 강력부다. 당시 강력부장은 대법관을 지낸 강신욱 변호사이고 주임검사는 신상규 변호사, 수사 참여 검사는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윤석만·임 철·남기춘 변호사다.
이들에게선 강 씨에 대한 사과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대법원 판결 직후 임 변호사는 “(유서대필 사건이) 조작이라면 무엇이 조작인지 증거를 갖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라”고 반박했고 남 변호사는 “사과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현재의 척도로 옛날에 한 판결을 다시 하면 결론이 달라질 것”이라고 당시 수사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참으로 답답한 현실이다.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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