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할머니 상촌댁 “나는 지금이 제일 좋소”
왕할머니 상촌댁 “나는 지금이 제일 좋소”
  • 영광21
  • 승인 2015.05.28 1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 운 례 어르신 / 백수읍 약수리

행복한 삶은 많은 돈도 필요하지 않고 무언가를 바쁘게 해야 할 필요도 없고 목표를 두고 애써 달려가지 않아도 되며 흐름에 맞게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 아닐까.
“인생이 마음 먹은대로 살아지는 것은 아니야. 시간 흘러가는대로 살만큼 살다 가는 거지.”
더 이상 바랄 것 없이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는 백수읍 약수리의 임운례(89) 어르신.
세상물정 모르던 열다섯에 남편 얼굴도 모른채 시집온 임 어르신은 마을 초입에서 작은 구멍가게를 운영하며 6남매를 키웠다.

“풀 뜯어다 소꿉놀이 하고 놀던 나이에 시집을 왔으니 뭘 알고 왔겠어. 나이가 어려서 힘들었던 적이 많았지”라는 임 어르신은 12년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두 아들도 가슴에 묻었다.
“죽은 사람 생각해서 뭐 하겠냐고 하지만 영감은 생각 안나도 우리 아들들은 가끔 생각나”라고 말하는 임 어르신은 현재 둘째아들과 함께 살고 있고 가까이에 며느리와 손녀도 살고 있어 외롭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 손녀딸이 나한테 엄청 잘해. 내 사진 찍어서 친구들한테 보여주고 우리 할머니라고 자랑 한다네”라며 마음 착한 손녀 자랑을 빼놓지 않는다.

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 ‘왕할머니 상촌댁’으로 불리는 임 어르신은 여든아홉의 나이에도 10분 넘게 걸어야 가는 경로당에 매일 나가 마을사람들과 함께 밥도 먹고 1주일에 3번 있는 국악수업과 운동수업도 꼬박꼬박 참여하며 하루를 보낸다.
“경로당에 선생님들이 와서 노래 틀어놓고 어깨도 돌리고 다리도 움직이고 하면서 배우니까 재밌지. 장구도 치고 민요도 배우니까 좋아. 매일 동네사람들하고 같이 있으니까 심심하지도 않고 얼마나 좋은지 몰라.”
임 어르신은 젊었을 적에 먹고 살기가 어려워 온갖 고생을 다하며 살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살기가 더 편하다고 말한다.
무릎과 옆구리가 아파 가끔 병원에 다니는 것 말고는 크게 아픈 곳이 없는 임 어르신은 이제 잘 먹고 건강하게 사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얘기한다.
“나는 이제 늙었으니까 우리 자식들이나 건강하게 자기들 알아서 잘 살면 그것이 행복이지. 욕심없이 살만큼 살다 가는 것이 복이야”라는 임운례 어르신은 “나는 지금이 제일 좋소”라며 환한 미소를 보인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