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유한함을 자각하고 위기에 처한 자연과 더불어 사는 가치관 요구돼
보호동식물이란 무엇인가?
보호해야 할 생명이란 뜻으로 사용되는 말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절종종, 위기종, 위약종, 특산종, 감소종, 멸종위기종, 감소추세종 등으로 구별하고 있다.
1970년대 중반부터 이 용어들을 도입했고 1990년대 자연환경보전법을 한층 강화하면서 보호동식물에 대한 보호를 외쳤지만 여전히 국민들의 의식수준은 뒤따라가지 못해 보호돼야 할 동식물을 훼손하고 밀렵하는 일이 끊이질 않고 있다.
식물을 보호하는 법은 자연환경보전법 외에도 문화재보호법, 자연공원법, 산림법 등이 있지만 이를 관장하는 부서에 따라 각기 다른 잣대로 식물에 대한 보호기준이나 종류를 적용하는 바람에 좀 더 포괄적이고 객관적인 법 적용이 시급한 시점이다.
또 자생식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재배와 돈벌이를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산에서 채취해 멸종위기에 처하고 있는 식물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보호돼야 할 동식물들이 훼손되는 사례
첫째로 자생지 파괴에 의해 훼손되는 사례가 있다. 원래부터 사는 곳이 몇몇 군데로 제한돼 있던 식물종들은 자생지가 훼손되면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 된다.
특히 습지의 훼손은 습지생물종들에게는 치명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토록 많던 매화마름이나 가시연꽃, 물고사리, 물여뀌 등 특정지역, 특정환경에서만 자라는 생명들은 자생지의 파괴는 그 생물종의 멸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둘째로 불법채취에 의한 훼손 사례다. 자생지 범위가 좁은 식물이나 분포지역은 넓지만 개체수가 적은 식물은 단 몇 차례의 무분별한 채취에 의해서도 멸종위기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행위의 주체들은 어떤 면에서 그 식물종을 잘 아는 전문가들 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지역의 상사화류나 바람꽃류, 뻐꾹나리, 수정난풀 등이 대표적으로 그 존재를 위협받고 있는 식물들이다.
셋째로 보호정책을 제대로 펴지 못해 훼손되는 사례가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생명이 발견되면 바로 보존대책을 수립해 보호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방비로 방치되고 있는 예가 허다하고 보호돼야 할 동식물은 판매행위가 금지되어 있어도 버젓이 가판대에서 판매되는 등 보호정책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한 원인으로 멸종위기가 가속화되는 경우도 많다.
대추귀고둥에 대한 경우도 그렇다. 멸종위기2급이자 환경지표종으로 지정돼 있는 생물임에도 불구하고 그 생명을 지키고 보존할 시책은 세워지질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서식지 주변에 새로운 도로가 생기고 중장비가 들어가 작업을 하는 등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보호동식물 지키기 위한 우리의 행동지침
▶ 보존생물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보호정책을 수립하고 보호대상의 동식물이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한 기초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 자생지를 파악하는데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이런 자생지를 조사하는 기구를 따로 두고 꾸준한 현장조사와 위성관측을 통한 지적관리가 필요하다.
▶ 자생지 보존을 최우선 시책으로 결정해 우선 보존하고 자생지 보존을 위한 법적 뒷받침을 병행해야 한다. 지자체에서도 지역의 멸종위기 동식물을 보존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 보호 동식물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 활동을 보장하고 상시기구가 될 수 있도록 예산지원을 해야 한다.
영광에 자생하는 법정보호 동식물과 대추귀말자연학교의 제언
노거수가 자라는 마을숲은 마을사람들의 삶이 축적돼 형성된 문화적 상징물로 마을의 특정한 장소에 있다. 예로부터 조상들은 자연의 힘에 의존하고 자연을 신으로 간주했기에 특별한 장소에 조성된 마을숲에 있는 나무들은 신과 관련돼 있다고 믿어왔다.
특히 숲안의 신목은 지상과 천상의 세계를 연결해주는 우주나무로 마을사람들의 신성한 숭배대상이 되기도 했다.
특별한 목적아래 보호되거나 특별한 용도로 활용돼오고 있는 온 마을 문화의 요체이자 마을의 문화가 녹아있는 마을문화의 구심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는 것이 노거수인 것이다.
이런 노거수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만한 노거수를 선정해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길 소원한다. 그 대표적인 나무가 불갑산 입구에 있는 느티나무 노거수다. 수령이 650년 이상이고 수세 역시 아름답고 장대한 기풍이 풍기는 나무다. 이런 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것은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또 영광은 4개의 기후대가 교차하는 특별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불갑산의 경우 그 식생이 다른 지역의 산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풍부하다. 불갑산 초입에 산림박물관도 세워졌으니 불갑산의 식생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꾸준한 모니터링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제안한다. 산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계발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 역시 필요하다고 본다.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줬지만 우리는 그것의 가치를 너무 소홀히 여겨 함부로 했던 것을 뉘우치고 생태적이며 관계중심적 가치관을 모태로 한 다양한 적용이 지역 안에서 새로운 운동으로 활활 타오르길 기대해 본다.
김 세 진
호남생태정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