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아 엄마는 잘 있으니 걱정 말거라”
“사랑하는 딸아 엄마는 잘 있으니 걱정 말거라”
  • 영광21
  • 승인 2015.06.0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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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길 순 어르신 염산면 축동리

“남은 세월, 내 딸 몫까지 열심히 살다 갈라네.” 애끓는 모정이 묻어나는 한마디다.
염산면 축동리 작은마을 한켠에서 남은 여생을 홀로 보내며 가슴속 깊이 자리잡은 딸을 되새기듯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강길순(92) 어르신.
불갑이 고향인 강 어르신은 70여년전 어린 나이에 남편을 만나 결혼했지만 9년만에 남편을 먼저 보내고 홀로 딸을 키우며 온갖 고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나뿐인 자식을 잘 먹이고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강 어르신은 더 힘을 내며 살았다. 그렇게 애지중지 키운 딸은 열 아들 부럽지 않을 만큼 강 어르신에겐 기쁨이고 행복이었다.
“옛날엔 하루종일 일해야 겨우 쌀 한되였어. 참말로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을 살았지. 그래도 나는 우리 딸이 있어서 힘든 줄도 모르고 살았어.”
농사를 짓고 과자, 빵, 고구마를 팔며 먹고 사느라 어렵기만 했던 젊은 시절은 다 지나고 없지만 강 어르신은 딸과 함께 살았던 그 시절,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기억한다.
하지만 5년전 하나밖에 없는 딸마저 먼저 보낸 강 어르신은 “세상이 어찌 이리도 모질까 생각했는데 이것도 다 내 복인가보다 하고 살아. 영감도 먼저가고 딸도 먼저 갔어도 항상 내 옆에 있다고 생각하고 사네”라며 “눈을 떠도 보고싶고 감아도 보고싶은 우리 딸 생각하면서 내 딸이 못살고 간 이 좋은 세상 내가 내 딸 몫까지 행복하게 살다 가는 것이 내 소원이여”라고 말한다.

가족은 없지만 마을사람들과 1주일에 2번 오는 요양보호사 덕분에 잘 살고 있다는 강 어르신은 오래 사는 것이 마을사람들에게 오히려 걱정을 끼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마을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은 감출 수가 없다.
“나는 101살까지만 살고 가야겠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하는데 우리 동네사람들이 쓸데없는 말하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다가라고 한당께”라며 웃는 강 어르신.
“하늘에서 우리 영감이랑 딸이 나 사는 것 보면 큰 걱정은 안하겄지. 이렇게 잘 먹고 잘 살고 있잖아. 앞으로 사는 동안 건강하게 내 명대로 살만큼 살다 가야 우리딸도 좋아하겄지.”
딸을 다시 만날 때까지 행복하게 잘 살고 싶다는 바람을 얘기하는 강길순 어르신은 오늘도 가슴속 깊이 묻은 딸과 남편을 떠올리며 마을사람들과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간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