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국민의 목소리 국가정책에 반영해야”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 국가정책에 반영해야”
  • 영광21
  • 승인 2015.06.18 15: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기고 -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에 대한 오해와 진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일반 사람들에게는 이들 단어의 조합이 다소 낯설게 다가온다. 특히 원전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은 ‘사용후핵연료’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그런데 이 사용후핵연료를 ‘공론화’하자고 하니 머리가 더 복잡해지는 이유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발전소에서 타다 남은 핵연료봉이다. 지금의 원전에서 더 이상 쓸 수 없는 형태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의 방사능이 계속해서 나온다. 학자에 따라서는 사용후핵연료를 10만년 혹은 100만년 인간과 생태계로부터 격리해 관리돼야 한다고 한다. 이런 위험한 물질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기간 격리해야 하기에 원전을 가동한 여러나라에서는 사용후핵연료의 중장기관리나 처분이 골칫거리일 수 밖에 없다.

사용후핵연료 부지마련 어려운 현실
사용후핵연료를 중장기적으로 관리하거나 처분할 수 있는 부지를 마련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원전을 가동한 많은 선진국들도 부지선정과정에서 많은 어려움과 저항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 선진국들에서도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결정과 부지선정은 불가능한 일이 돼버렸다. 많은 나라에서 이러한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게 된다. 이것이 ‘공론화’이다. 되도록 많은 전문가와 이해당사자 그리고 일반 국민들이 심도있게 논의해 그 사회의 현실 속에서 바람직한 방안이 무엇인지 방법을 찾아보고 그 국민의 뜻을 정부에 전달하는 것이다.

국민 공감대 형성으로 부지마련 추진
우리나라도 상황은 같았다. 지난 20여년간 소위 ‘방폐장 부지선정’을 놓고 전국적으로 많은 충돌과 사회적 갈등이 발생했다. 결국 정부는 2004년 제253차 원자력위원회를 통해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과 고준위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로 구분해 관리하기로 방침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은 주민투표를 통해 경주시 양북면 일원에 건설하고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하에서 추진하기로 정부 방침을 정했다. 이후 사용후핵연료는 관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공론화 준비 작업을 꾸준히 진행했다.
마침내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에 대한 국민적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 정부는 2013년 10월30일 공론화를 주관하는 민간기구인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는 공론화를 위해 설치한 민간 자문기구로서 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하고 그 결과를 정부에 권고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공론화위원회는 활동의 기본원칙으로 책임성, 투명성, 숙의성, 통합성, 회귀성을 삼았다.
애초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는 2014년 말까지가 활동기한이었으나 추가적인 논의를 위해 활동기한을 올 해 6월30일까지 연장해 활동하기에 이르렀다. 공론화위원회는 공론화위원을 비롯해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산업부, 미래부 등 6개 관계부처 실장급으로 구성된 범부처 협의체와 5개 원전지역 대표 10인으로 구성한 원전소재지역 특별위원회 그리고 위원회를 행정적, 재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정부와 유관기관 직원으로 구성된 공론화지원단의 조직을 갖췄다.

한국 ‘최초’의 공론화위원회 그러나 …
그러나 공론화위원회는 출범 초기부터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야 했다. 공론화위원회 위원은 인문사회, 시민환경단체, 원자력계, 원전소재 지역 등 각계 대표 15인으로 구성됐다.
애초 시민환경단체 몫으로 배정된 위원 3인 중 환경단체 출신 2인이 공론화위원을 사퇴했다. 정부와 공론화위원회에서는 환경단체 출신 2인이 위원에 참여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했으나 끝내 그 뜻을 이루지 못했고 공론화위원회는 언론과 시민사회를 통해 ‘반쪽짜리 위원회’라는 오명을 듣게 됐다.
국가의 주요정책을 대상으로 법적으로 그 권한과 역할이 부여된 ‘한국 최초의 공론화’라는 중대사한 의미와 동시에 공론화에 대한 경험부족은 여러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 한계점에 부딪힌 것도 사실이다. 첫번째로 불신의 문제이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공론화위원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공론화위원회가 정부의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시각이 많았다. 정부가 미리 마련한 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형식적 절차’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두번째는 공론화 기간이 짧다보니, 충분한 논의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 공론화위원회가 그동안 국민들과 원전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참여프로그램들을 준비했지만 이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주어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다수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숙의를 기반으로 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세번째는 공론화의 경험부족에서 온 시행착오다. 어떻게 공론화를 체계적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 과정 속에서 위원회 내부에서는 많은 의견충돌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공론화위원회 역할 성과와 한계
공론화위원회 활동에 대해서는 조만간 공론화위원회 활동기간 마감과 동시에 언론과 시민사회 그리고 학계를 중심으로 많은 평가가 이뤄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사회에서 주요한 정책적 이슈에 대해 최초로 공론화를 한 사례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그동안 공론화 위원과 관계자들의 많은 노력과 헌신이 있었지만 동시에 오점과 한계도 드러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의 시계는 거꾸로 뒤바꿀 수는 없다.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공론화라는 접근 방식이 많이 확산되고 보급돼야 한다.
 

정익철
㈜지앤에스이노베이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