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불갑산에서 풍성한 식생을 오감으로 만나다!
6월 불갑산에서 풍성한 식생을 오감으로 만나다!
  • 영광21
  • 승인 2015.06.2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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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가치를 뛰어넘는 특별한 평안과 풍요로움 느낄 수 있어

 ■ 2015년 대추귀말자연학교 생태지도자 과정 보고서 ④

백제 천년고찰 불갑사를 품은 불갑산. 온대와 난대, 육지성과 해양성기후 등 4개의 기후대가 교차하는 지역. 이른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다양한 식생을 자랑하며 전국의 사진기자들을 불러 모으는 비범함을 품은 산. 그럼에도 아직 그 신비를 간직하며 속살을 내비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엄마 같은 산. 이 산이 불갑산이다.
원래는 불갑산이란 이름이 아니었다. 불갑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 연실봉(516m)을 품은 산은 모악산이라고 불리웠고 장군봉, 투구봉, 노적봉으로 이어지는 한 갈래 봉우리들과 구수재, 용봉, 용천봉, 도솔봉으로 이어지는 봉우리들이 불갑사를 감싸고 있다. 이런 산들을 합해 불갑산으로 부르게 됐고 지금은 불갑산이란 이름이 더 자연스러운 이름이 됐다.

불갑산의 새로운 가치 발견
불갑산 고지대의 주인은 굴참나무이고 계곡쪽은 참식나무와 느티나무가 우점하고 있다. 이 참식나무 군락지는 천연기념물 112호로 자생북한지로 알려져 있다. 수도암과 구수재 계곡도 빼어난 식생 자태를 뽐내고 있으며 불갑사에서 구수재로 이어지는 중간지점에 동백나무 숲도 맵시를 더하고 있다. 산 아래쪽은 소나무가 듬성듬성 있는 사이에 서어나무와 쪽동백, 층층나무 등 활엽수가 그 푸르름을 더하고 있다.
이런 식생중 으뜸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참식나무 군락지와 석산(꽃무릇)군락이다. 남방계 식물인 참식나무는 불갑을 넘어서는 더 이상 자생하지 않아 자생북한계선으로 생태학적 중요성을 인정받아 그 군락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받았다. 이 나무에 얽힌 설화도 너무도 아름다운 이야기로 전해지고 있는데 인도를 배경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불갑사의 건축양식이 인도의 양식과 일맥상통한 것을 볼 때 백제불교와 인도는 뗄 수 없는 관계임이 분명해 보인다. 또 상사화는 수선화과 상사화속에 속하는 식물로 6종이 우리나라에 보고돼 있고 불갑산에는 5종의 상사화가 자생하고 있다. 분홍상사화, 진노랑상사화, 붉노랑상사화, 흰상사화(위도상사화), 백양꽃, 꽃무릇이 그 이름이다. 이중 진노랑상사화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이 상사화류는 2015년 야생화 관광화사업으로 확정돼 문화관광부 차원에서 그 가치를 인정해 다양한 연구가 이뤄진다하니 기대가 크다.
반면 이른 봄부터 불갑산에는 다양하고 희귀한 자생꽃들이 피어나 전국의 야생화 사진기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 눈 속에 봄소식을 맨 처음 알리는 양지꽃에서부터 노루귀, 바람꽃, 산자고, 윤판나물, 새우난초, 벌깨덩굴, 현호색, 꽃마리, 하늘말나리, 참나리, 은방울꽃, 애기나리, 둥글레, 주름잎, 괭이밥, 별꽃, 천남성 등 백여 가지의 자생꽃과 나무 꽃들이 앞다퉈 피어나는 생태계의 보고, 이곳이 불갑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태계의 보물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군민들이 태반이다. 단순히 좋은 등산거리로만 여겼던 불갑산을 생태적 관점에서 다시 바라본다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지금 작지만 새롭게 출발하는 생태지도자과정이 이런 운동에 도화선이 되길 기원해 본다.

우리네 삶 회복시키는 계기돼
초여름에 접어든 6월의 불갑산은 푸르름이 더해져 진녹색의 바다를 이루고 있다. 루뻬를 이용한 나무꽃과 풀꽃들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은 산행의 기본이다. 이번달 불갑산을 돌아보는 첫걸음은 참나무 식별부터 시작했다. 여름꽃으로 우리에게 고혹적인 자태를 뽐내는 까치수영과 꽃봉오리만으로 우리를 반기는 하늘말나리를 만나는 것은 여름산이 주는 특별한 매력이다.
이번 산행 중에 같이 누렸던 체험내용중 기억에 남는 활동은 <거울을 이용한 새 눈과 곤충 눈으로 세상 거꾸로 보기> 활동이다. 손거울을 통해 곤충이나 새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데 거꾸로 세상을 보면서 숲의 풍성함과 다양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또 <칡순과 개망초 등 주변에 피어있는 흔한 자생꽃들을 활용한 화관 만들기>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을 소녀시기로 되돌아갈 수 있게 하는 특별한 매력이 있었다. 만든 화관들을 머리에 쓰고 깔깔거리던 주부들의 모습을 통해 산이 주는 치유를 경험하는 귀한 시간이 됐다.
산행 마지막에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를 돌아가면서 낭송할 때는 내면 깊숙이 가라앉아 있었던 자아를 발견하고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풍성한 시간이 됐다.

이와 같이 자연, 특히 산은 우리에게 치유의 광선을 내뿜는 곳이다. 정신적인 부분에서 육체적인 부분까지 스스로를 돌아보며 내 이웃과의 관계를 뒤돌아보며 바쁘다는 핑계로, 삶에 지쳐서 어쩔 수 없었다는 자기최면으로, 스스로를 옭아매며 피폐한 인생을 살고 있던 우리를 회복시키는 특별한 힘이 있는 것이다. 이 귀한 경험을 오감으로 느끼는 것이 숲 공부의 참의미가 아닐까?
자연은 늘 풍성한 생명력으로 우리에게 평안과 풍요로움을 아낌없이 나눠준다. 어린시절부터 이런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생명이 주는 안식을 맛보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어린아이뿐이겠는가? 나이 들어 자연을 찾는 것은 자신이 왔던 길을 되돌아보며 맨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준비하게 한다. 어디에든 이런 자연은 존재하겠지만 불갑산은 그 존재의 가치를 뛰어넘는 특별함이 있는 곳이다. 그 곳에 산이 있고 그 곳에 내가 있으니 어찌 산의 부름에 응답하지 않을 수 있으랴.

김 리
숲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