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찾아온 여장부의 즐거운 농촌살이
고향 찾아온 여장부의 즐거운 농촌살이
  • 영광21
  • 승인 2015.07.0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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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백수읍 김경심씨

여러번 실패를 해도 모든 과정은 경험이고 재산이라 생각하며 사는 백수읍의 여장부 김경심(48)씨.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씩씩함과 밝은 모습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을 느끼며 사는 경심씨는 지난해 10월 홀로 귀농을 했다.
“지난해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부모님이 사시던 고향집을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하다가 문득 ‘우리가 세상을 떠나고 없어도 자식들이 별장처럼 편하게 와서 쉬다 가는 집을 짓고 싶다’고 말씀하셨던 아버지 말씀이 떠올라서 내가 집을 지켜야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귀농을 결심했어요”라는 경심씨는 고향을 떠난지 23년만에 다시 돌아왔다.

대대로 이어져 온 약초사랑
경심씨의 집 마당에는 커다란 감나무와 각종 꽃, 약초 등이 자리잡고 있다.
“광주에서 전통차, 약용식물 등을 판매하는 건강샵을 운영했었어요. 약초가 좋아서 7 ~ 8년전부터 약초에 관한 공부를 시작하고 조선대학교에서 약용식물관리사 공부를 하면서 하나씩 배워나갔죠. 옛날에 외증조할아버지께서 한약방을 운영하셨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저희 할머니께서 늘 제가 아프고 그러면 약초를 달여주셨어요. 제가 그 영향을 받아서 약초를 좋아하나 봐요”라며 활짝 웃는 경심씨는 200여평의 밭에 케일, 들깨, 자소엽, 당귀, 인동초 등 약초와 더불어 다양한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직접 재배한 채소와 약초는 생초를 말려 분말로 만들거나 끓이는 약으로 만들어 주변 지인들이나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판매도 하고 있다.

즐거움 속에 커져가는 행복
“저는 케일을 주로 키우고 있는데 며칠만 손보지 않으면 벌레가 많이 생겨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어요. 그래서 벌레를 잡을 약을 직접 만드는데 이것저것 섞어서 끓인 물을 뿌려보고 벌레가 죽나 안죽나 계속 테스트해요. 지난번에는 막걸리와 물을 같이 끓여서 뿌렸는데 비율 배합이 잘 안맞아서 케일 잎이 다 말라버렸어요”라며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하면서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고 있지만 경심씨는 모든 것이 즐겁다고 말한다.
“우리 남편은 농사에 전혀 관심이 없어요. 그래도 저 힘들까봐 시간이 나면 와서 도와주곤 해요. 1주일내내 회사다니느라 피곤할텐데도 광주에서 영광까지 와서 도와주니 좋아요”라는 경심씨는 20여년이 넘는 시간동안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서만 살다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자존감도 높아지고 행복감도 커져가고 있다고 말한다.

   
   
 

경심씨는 올해 3월부터 전남 나주에서 양봉을 배우고 직접 벌을 키우기 시작했다. 아직은 숙련되지 않아 서툴지만 약초재배만큼 벌 키우는 재미도 있다고 얘기한다.
“전 우리 아들들이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자랑스러워 해주니까 더 힘이 나요. 친구들에게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자랑도 하고 덕분에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참 좋아요. 떨어져 지내는 남편과 아이들 걱정도 되긴 하지만 지금 하는 일이 정말 만족스럽고 좋아요.”
매주 광주와 영광을 오고 가는 길조차도 행복하고 좋다고 말하는 경심씨. 홀로 해야하는 힘든 일도 척척 해내는 진정한 여장부처럼 오늘도 씩씩하게 하루를 보낸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